원·달러 환율이 급락한 14일 서울 을지로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한 외환딜러가 환율이 표시된 전광판을 바라보고 있다. 이날 환율은 9원50전 하락해 지난 6월 16일 이후 약 두 달 만에 최대 낙폭을 나타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원·달러 환율이 급락한 14일 서울 을지로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한 외환딜러가 환율이 표시된 전광판을 바라보고 있다. 이날 환율은 9원50전 하락해 지난 6월 16일 이후 약 두 달 만에 최대 낙폭을 나타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외환시장이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이고 있다. 대외변수가 시시각각 변하는 데다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분쟁 양상이 다소 완화될 때까지 원·달러 환율이 1200~1250원 선에서 급등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겹악재에 널뛰는 환율…"1200~1250원 선에서 급등락"
14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9원50전 내린(원화 가치 상승) 달러당 1212원70전으로 마감했다. 장 초반에는 하락폭이 15원20전에 달하기도 했다. 이날 환율이 급락한 것은 미무역대표부(USTR)가 13일 중국산 제품의 10% 추가 관세 부과 시점을 오는 12월 15일로 늦추기로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환율은 이달 들어 급등락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날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222원20전에 마감하며 2016년 3월 2일(1227원50전) 후 3년5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이달 들어서 이날까지 29원60전 치솟았다. 등락폭도 커져 이달 들어 하루평균 6원 넘게 오르내리고 있다. 그만큼 외부 재료에 예전보다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대외 여건 변화에 따라 1200~1250원 선에서 급등락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데다 홍콩 시위 우려가 확산되면서 환율이 1200원 선에서 바닥을 다질 것”이라고 말했다. 장재철 KB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수출 회복세가 지연되고 있고 한국 경제성장률에 대한 우려가 높아 일시적으로 달러당 1250원까지 뛸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환율이 출렁이면서 기업들의 경영 불확실성이 한층 높아졌다. 수출 기업에 원화 약세는 일단 호재로 꼽힌다. 해외에서 경쟁하는 국내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는 원·달러 환율이 1% 올라가면(원화 가치 하락) 한국 수출이 0.3~0.4% 늘어난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미·중 무역전쟁 여파 등으로 국내 수출이 감소하고 있어 원화 가치 하락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환율 급등(원화 가치 하락)은 기업 순이익을 갉아먹기도 한다. 외화부채가 많거나 중간재를 해외에서 들여오는 기업은 특히 타격이 크다. 대한항공은 환율이 10원 오르면 연간 920억원 규모의 외화평가손실을 입는다. LG화학은 환율이 지금보다 10% 오르면 법인세 차감 전 순이익이 1543억원 줄어든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