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팔 물고 끌고 가려…이웃 야영객 나서 퇴치

캐나디안 로키로 유명한 캐나다의 세계적 관광지 밴프 국립공원 야영장에서 한밤 늑대가 나타나 잠자던 야영객 가족을 습격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13일(현지시간) CBC 방송에 따르면 밴프 국립 공원 내 램퍼트크릭 야영장에서 지난 8일 밤 가족과 함께 잠을 자던 매트 리스폴리 씨가 텐트를 찢고 나타난 늑대에 팔을 물린 채 끌려나가는 등 일가족 4명이 봉변을 당했다.

미국 뉴저지에서 관광을 온 부부와 어린 두 아들 등 일가족은 한밤에 느닷없이 당한 늑대의 습격에 공포에 질린 채 도움을 구하는 소리를 질렀다.

늑대가 텐트를 찢어 부수고 들어와 아버지 리스폴리 씨의 팔을 물고 끌고 나가려는 동안 어머니 엘리사 씨는 아이들을 몸으로 덮어 보호하며 남편의 다리를 붙잡아 필사적으로 저지했다.

위기의 순간, 때마침 이웃 야영객 러스 피 씨가 이들의 고함을 듣고 달려왔다.

팔을 물린 채 늑대에 저항하는 리스폴리 씨를 보고는 앞뒤를 가릴 여유도 없이 그는 바로 늑대의 엉덩이를 걷어찼다.

공격에 열중하던 늑대는 발길질에 놀라 리스폴리 씨를 놓아주었다.

그러나 물러서지는 않았다.

두 사람은 함께 소리를 질러 늑대를 텐트 밖으로 내몬 뒤 돌멩이를 던지며 위협했고 늑대가 주춤거리는 사이 이들은 피 씨의 미니밴 안으로 대피했다.

리스폴리 씨의 몸 한쪽은 팔에 입은 상처로 온통 피투성이였다.

캘거리에 사는 피 씨는 "처음 들은 비명은 필사적이고 처참했다"며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고 직감하고 전력을 다해 달려갔다"고 말했다.

그는 "늑대가 물러가지 않아 순간적으로 일이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러나 곧 매트가 달려나와 함께 늑대를 물리칠 수 있었다"고 구조 순간을 전했다.

엘리사 씨는 다음날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문에서 가족을 구하러 달려온 피 씨에 '수호 천사'라고 감사를 표했다.

그는 "남편이 온 몸을 던져 늑대를 가족과 격리했다"며 "팔을 물린 채 늑대의 입을 벌리며 반격하자 늑대가 그를 끌고 나가려 했다"고 밝혔다.

그는 "남편이 팔과 손이 찢어지는 상처를 입었지만 괜찮다"고 전했다.

공원 관리소 측은 수색에 나서 현장에서 1㎞ 떨어진 곳에서 늑대를 발견, 사살했다.

검시 결과 늑대는 사망을 앞둔 노령으로 건강이 안 좋은 상태였다.

관계자는 "늑대의 건강 상태에서 이상 행동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며 "매우 이례적인 사건"이라고 말했다.

캐나다 밴프 국립공원 야영장에서 자던 가족에 한밤 늑대 습격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