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 강제징용 노동자상 세워…"다시 독립운동 시작하는 날"

평화의 소녀상과 마주 보게 설치…건립 반대 집회도 열려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등 경제보복을 진행 중인 가운데 대전에 강제징용 노동자상이 건립됐다.

13일 오전 대전 서구 보라매공원에서 '강제징용 노동자상 제막식'이 열렸다.

평화나비 대전행동, 민주노총 대전본부, 한국노총 대전본부는 지난 4월 강제징용 노동자상 건립을 위한 모금 운동에 돌입했다.

시민 2천400여명과 400여개 단체가 8천만원을 모아 이날 보라매공원에 강제징용 노동자상을 건립했다.

2015년 3·1절 보라매공원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과 마주보는 형태로 세웠다.

제막식은 허태정 대전시장과 김종천 대전시의회 의장의 축사, 김채운 작가의 헌시 낭독, 특별결의문 발표 등 순으로 이어졌다.

제막식 건립에 참여한 단체 관계자들은 특별 결의문에서 "평화의 소녀상 옆에 강제징용 노동자상을 세운다"며 "일제의 만행을 잊지 않겠다는 마음이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게 하겠다는 결심"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오늘은 독립운동과 일제 잔재 청산 투쟁을 다시 시작하는 날"이라며 "파렴치한 일본의 만행에 맞서, 적반하장으로 일관하는 일본에 제대로 된 우리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더욱더 거센 항일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제막식에는 강제징용 피해자인 김한수(101) 할아버지도 참석했다.

김 할아버지는 "노동자상을 잊지 않고 세워주셔서 여러분께 정말 감사드린다"며 "일본을 주시하고 있으며, 인간은 정의 앞에서 무릎을 꿇고 항상 진정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제막식이 열리는 공원 건너편 인도에서는 '위안부와 노무 동원 노동자 동상 설치를 반대하는 모임' 등 5개 단체 관계자 10여명이 강제노동자상 건립 반대 집회를 했다.

이들은 "일본 노동자 사진을 가지고 한국인 노무 노동자라고 만든 동상은 거짓"이라며 "한국인 노무 노동자들은 알려진 것과 다르게 비인간적인 노동을 한 적도 없고, 본인 의사로 일본에 갔다.

당시 한국에서 일본을 가는 것 자체가 특권이었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