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의중 예술감독 "아픈 우리 역사, 예술로 승화…창작 칸타타로 '광복' 의미 기려"
“아이들은 하나둘씩 고향의 노래를 불렀다. 모두가 합창을 할 때는 ‘아리랑’을 불렀다. 그때는 너 나 가릴 것 없이 모두 눈물바다가 되어 통곡을 하곤 했다.” 나직한 내레이션에 이어 합창이 흐른다.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해가 뜨고 해가 지고, 또 하루가 지나가고 하루하루 난 죽어간다. 여기가 지옥이다.”

지난해 처음 지정 선포된 8월 14일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에 초연한 ‘광야의 노래’가 올해 다시 무대에 오른다. 광복절을 맞아 국립합창단이 준비한 합창대축제에서다. 올해 합창대축제는 오는 15일과 16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국립합창단은 안양시립소년소녀합창단, 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15일엔 초연작인 칸타타 ‘피스(PEACE)’를, 16일엔 ‘광야의 노래’를 들려준다. 12일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윤의중 국립합창단 예술감독(사진)은 ‘광야의 노래’에 대해 “전쟁의 참혹함과 인권에 대한 문제의식을 담은 작품”이라며 “아픈 우리의 역사를 예술적으로 승화해 후대에 전하는 것도 의미 있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국립합창단은 광복절 70주년이었던 2015년 이후 매년 광복절에 합창대축제를 열고 창작 칸타타를 선보여왔다. 칸타타는 독창, 중창, 합창으로 하나의 이야기를 다악장 형식으로 풀어낸 음악 장르다. ‘광야의 노래’엔 위안부 소녀들의 상황과 슬픔을 넘어 그들이 원했던 자유와 평화의 세상을 염원하는 의지가 담겼다. 지난해 초연 때는 2장 어둠의 시간, 3장 나비의 노래에서 많은 관객이 눈물을 쏟았다. 올해는 예술의전당 이사장인 배우 손숙이 내레이션을 맡는다.

우효원 작곡의 ‘피스’는 이번에 첫선을 보인다. 윤 감독은 “난민과 테러 문제를 포함해 서로를 인정하면서 평화롭게 살아가고픈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클래식 기타리스트 드니 성호가 오케스트라와 호흡을 맞춰 독특한 음색의 칸타타를 선보일 예정이다. 작곡에 시간이 걸리고 연습하는 것도 어렵지만 윤 감독은 초연작을 꾸준히 무대에 올리고 있다.

창작 칸타타 외에도 이번 합창대축제가 특별한 것은 대규모 해외 합창단의 방한이다. 이화여대 남가주동창회 동문합창단, 하노이 한인 여성·어린이 합창단, 북경 한인소년소녀합창단 등 해외 교포 합창단과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대만, 싱가포르 등 외국인 합창단까지 총 8개 팀 280명의 단원이 한국을 찾는다.

이들은 4개 팀씩 15일과 16일에 나눠 합창대축제의 1부 무대에 선다. 외국인 합창단이 택한 세 곡 중엔 한국 가곡이 한 곡씩 포함돼 있다. 싱가포르의 SYC앙상블싱어스는 이수인 작곡의 ‘내맘의 강물’, 대만의 타이베이 필하모닉 체임버 콰이어는 이현철 편곡의 ‘청산에 살리라’를 프로그램에 넣었다. 말레이시아 합창단이 부르는 ‘님이 오시는지’도 들을 수 있다. 공연 마지막엔 국립합창단과 해외 초청 합창단이 함께 무대에 올라 아리랑을 부른다.

“저마다 아픈 과거를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 소중한 평화의 의미와 가치를 함께 생각해볼 수 있는 자리가 됐으면 합니다.” 합창 음악의 저변을 넓히고 부담 없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합창대축제는 전석 무료 초대로 이뤄진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