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기 공급 과잉에 수익 악화
환율까지 뛰어 리스비용 '껑충'
항공업계가 적자 공포에 휩싸였다. 국내 1위 LCC인 제주항공은 올 2분기(4~6월)에 분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 규모 적자를 냈다. 국내 최대 항공사인 대한항공도 2분기에 적자로 돌아선 것으로 증권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여객·화물 줄고…환율 ‘껑충’
8개 국적 여객 항공사(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제주항공·진에어·티웨이항공·에어부산·이스타항공·에어서울) 실적에 일제히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 6일 가장 먼저 2분기 실적을 발표한 제주항공의 영업손실은 274억원이었다. 이 회사가 분기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은 2014년 2분기 이후 5년 만이다.
진에어와 티웨이항공, 에어부산도 2분기에 수십억~수백억원의 영업적자를 낸 것으로 증권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14일 2분기 실적을 내놓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도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항공 화물 감소로 적자를 나타낸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항공업계의 실적 부진은 공급 과잉에 따른 과당 경쟁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가운데 원·달러 환율 상승까지 겹친 탓이다. LCC를 중심으로 국제선 노선 확대에 나섰지만 여행객 수요가 공급을 따라가지 못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6개 LCC의 국제선 공급 좌석 수는 1688만여 석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6% 증가했다. 같은 기간 탑승률은 86.7%에서 83.6%로 3.1%포인트 낮아졌다. 국내선 탑승률도 91%로 전년보다 0.8%포인트 떨어졌다.
치솟는 원·달러 환율은 이중으로 항공사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환율이 오르면 달러로 결제하는 항공유와 비행기 임대(리스) 비용이 늘어난다. 2분기 평균 원·달러 환율은 1170원으로 1분기보다 50원가량 올랐다. 비행기 한 대당 월 3억원가량의 리스비를 내던 항공사는 1분기보다 1만1447달러(약 1400만원)가 더 든다. 전체 비행기의 90% 이상을 임차하는 LCC는 매달 수억원이 더 들어가는 구조다. 환율이 상승(원화 가치 하락)하면 여행 비용 부담 때문에 해외로 나가는 국내 여행객도 줄어든다.
3개 LCC 신규 진입
일본의 경제보복에 따른 일본행 여행상품 불매 운동 탓에 올 3분기(7~9월) 전망도 밝지 않다. 여름 휴가철이 낀 3분기는 항공업계의 연중 최대 성수기다. 국토부 집계 결과 6월 마지막 주 85.6%였던 일본행 노선 탑승률이 7월 마지막 주엔 76.2%로 10%포인트 가까이 낮아졌다. 8~9월 예약률은 50% 수준까지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노선은 그동안 LCC들의 캐시카우(수익창출원)였다. 일본 노선이 LCC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30%에 달한다. LCC 관계자는 “이달 인천발 일본행 노선 탑승률은 70% 초반 수준”이라며 “지방발 노선은 50%에도 못 미치는 곳이 수두룩하다”고 말했다.
여기에 신규 LCC들이 취항을 시작하면 공급 과잉이 한층 심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지난 3월 항공운송사업면허를 받은 플라이강원과 에어로케이, 에어프레미아 등은 내년부터 일본 등 아시아 노선을 중심으로 운항에 들어갈 계획이다. 국적 여객 항공사가 11곳으로 늘어난다. 전국고속버스운송사업조합에 가입된 국내 고속버스 회사 수(11개사)와 같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