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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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일본 정부가 경제보복을 단행한 이후 첫 수출허가를 내준 것은 “우리가 일본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을 때에 대비해 명분을 축적하는 과정”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맞대응 카드로 밝혀온 한국의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국가)에서 일본을 제외하는 방안은 “중단한 것은 아니다”며 “조금 더 검토할 사항이 있는 것뿐”이라고 밝혔다.

김 실장은 9일 오전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일본을 한국의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는 방안을 “다시 논의하게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정부는 지난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관계장관회의 및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일본을 수출 우대국에서 제외하기 위한 ‘전략물자 수출입고시 개정안’을 논의했다. 하지만 이 수출입고시시 개정안 확정 및 추진일정을 뒤로 미룬 탓에 우리 정부가 일본을 향해 ‘화해의 제스처’를 보낸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이날 일본 정부는 앞서 지난달 4일 반도체·디스플레이 관련 세 개 품목의 대(對)한국 수출규제를 감행한 지 36일 만에 국자외선(EUV)용 포토레지스트 수출을 허용했다. 이 포토레지스트는 삼성전자가 수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 실장은 이같은 일본의 조치를 두고 “한국에 대해서 차별적 조치를 하는 것이 아니다, 수출 금지가 아니라 그냥 전략 물자를 관리하고 있는 것일 뿐이다라고 대외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리 정부가 일본을 WTO에 제소했을 때 일본 측에서 자신들의 변호할 여러가지 증거를 쌓기 위한 준비 작업인 셈이다. 일본 정부는 화이트리스트에 포함되지 않은 대만이나 중국에게 통상 4~6주만에 수출허가를 내주고 있다.

김 실장은 일본이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 시행 일자를 오는 28일로 설정한 것에 대해서도 “그 앞에 우리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연장 여부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그 날짜로 정한 것)”이라며 “28일에 앞서 한국이 지소미아를 어떻게 하는지 보겠다는 뜻”이라고 예상했다.

미·중 무역갈등과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최근 금융시장이 출렁인 것에 대해서는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정부가 ‘컨틴전시 플랜’(contingency plan·비상계획)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근 금융 긴급 대책회의를 했는데, 경제부총리와 금융위원장, 금감원장뿐만 아니라 한국은행 총재도 참석했다”며 “과거에는 서별관회의로, 비공개로 했는데 현 정부는 공개적으로 준비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권 일각에서 도쿄올림픽 보이콧 방안이 거론되는 것에 대해서는 “올림픽은 민간의 행사”라며 “올림픽위원회가 판단할 일이고 정부가 언급할 사안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