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라데이지호 2차 수색 나서야"…폭염 속 오체투지
불교계가 남대서양에서 침몰한 스텔라데이지호의 사고 원인 규명과 실종자 유해수습을 촉구하며 '오체투지(五體投地)'에 나섰다.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와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 스텔라데이지호 시민대책위 소속 50여명은 8일 서울 광화문 세월호광장을 시작해 외교부 청사를 거쳐 청와대 방면으로 오체투지 거리 행진을 벌였다.

오체투지는 불교에서 행하는 큰 절을 말한다.

손끝에서 발끝까지 전신을 땅바닥에 모두 닿도록 해 절을 올리는 방식이다.

한낮 기온이 31도를 넘는 폭염 경보 속에 행진이 진행되면서 직접 아스팔트 바닥에 온몸을 붙여 절을 올린 승려들얼굴로는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승려들 앞으로는 유가족들이 블랙박스 훼손 원인 규명과 실종자 유해수습, 2차 심해수색 등을 요구하는 팻말을 들고서 굳은 표정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의 허영주 대표는 외교부 청사 옆에서 공개발언을 통해 "정부가 사고 2년 만에 심해수색에 나섰지만, 유해수습이나 침몰 이유 규명 등 아무것도 밝혀낸 것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지난 4월 26일에 외교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며 장관 면담 요청을 했는데 100여일이 넘도록 외교부에서는 면담 가부에 대한 답이 없다.

언제까지 시간만 끌고 있을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스텔라데이지호 2차 수색 나서야"…폭염 속 오체투지
한국 화물선 스텔라데이지호는 2017년 3월 남대서양에서 원인 모를 이유로 침몰했다.

사고 2년 뒤 정부는 미국 '오션 인피니티'와 용역계약에 따라 심해수색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항해기록저장장치(VDR)를 확보했다.

하지만 VDR 데이터칩 2개 중 1개는 데이터 추출이 불가능했고, 나머지 1개도 단 7%만 복구돼 사고원인 규명이 어려운 상태다.

침몰 원인 규명을 바랐던 유족들은 큰 실의에 빠졌고, 이는 2차 심해수색에 대한 요구로 이어졌다.

이날 오체투지 행진에는 4·16 세월호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이었던 유경근 씨와 고교 산업체 현장 실습 도중 제품 적재기에 몸이 끼어 숨진 고(故) 이민호 군 부친 이상영 씨도 함께했다.

이상영 씨는 "사람이 죽어도 (문제를) 고칠 생각은 하지 않고, 그 순간만 모면하려는 공무원들"이라고 비판하며 "자식이 물에 빠져 찾아달라는 데 그거 하나 못하는 게 국민을 위한 나라냐"고 성토했다.

유경근 씨도 "박근혜 정부는 국민을 포기한 정부였고, 그래서 탄핵을 당하고 감옥에 갇혔다"며 "문재인 정부는 실종선원 가족들의 애타는 울부짖음을 외면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