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터키 영향력 막고 이란도 견제
사우디·UAE, 수단에 밀 54만t 지원…군부에 힘싣기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정부는 수단에 밀 54만t을 지원했다고 7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는 수단 국민이 3개월 동안 먹을 수 있는 식량이다.

사우디와 UAE의 국영통신은 "수단의 정치적 위기를 완화하고 수단 국민의 기초 생활을 돕기 위해 식량을 지원했다"라며 "두 정부는 수단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경제적 안정을 이루는데 가능한 모든 방법으로 지원할 것이다"라고 보도했다.

이번 식량 원조는 올해 4월 수단의 장기 독재자 오마르 알바시르가 축출된 뒤 정치적 혼란에 빠진 수단을 돕기 위해 양국이 발표한 30억 달러 규모의 자금·현물 지원 계획의 일부로 이뤄졌다.

수니파 아랍 진영을 대표하는 두 나라는 25억 달러 상당의 식량, 의약품, 석유제품을 지원하고 5억 달러를 수단 중앙은행에 예치하기로 약속했다.

수단은 시민사회의 민주화 시위로 4월 알바시르 정권이 퇴진한 뒤 군부가 임시로 통치하고 있다.

시민사회와 군부는 앞으로 3년 3개월 뒤 민정 이양을 목표로 권력을 공평하게 분배하는 과도통치 체제를 구성하기로 4일 최종 합의했다.

알바시르 정권은 한때 사우디와 관계가 원만하지 않았지만 2015년 발발한 예멘 내전을 계기로 우군으로 돌아섰다.

알바시르 정권은 사우디가 주도하는 아랍동맹군에 참여해 예멘에 파병했고, 이란과 국교도 단절했다.

이를 대가로 사우디는 미국의 수단에 대한 경제 제재를 일부 해제하는 데 중재 역할을 했다.

알바시르 정권이 급속히 몰락하자 사우디와 UAE는 알바시르 정권의 수하였던 군부에 접근, 영향력을 유지하려고 긴급 경제 원조를 약속했다.

수단의 야권과 시민사회가 사우디와 대립하는 카타르, 터키, 이란과 가까워지는 것을 견제하고 이슬람주의 시민운동이 사우디에 확산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지리적으로 수단은 폭이 좁은 홍해를 사이에 두고 사우디와 마주 보는 탓에 수단 정부가 중동 내 반대 진영으로 기울면 사우디는 지정학적으로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우디의 수단 군부 지원에 대해 수단 야권의 민주변호사연맹은 6월 사우디와 UAE를 겨냥해 "일부 아랍국가들은 수단 내정에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라며 "군부에 대한 지원을 즉시 중단하라"라고 촉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