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부산국제영화제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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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과 제작비는 한국에서 담당했지만, 원작은 일본 동화, 연출자 등 주요 스태프 모두 일본인이라면 이 애니메이션은 일본 작품일까, 한국 작품일까.

애니메이션 '안녕, 티라노:영원히 함께'(이하 '안녕, 티라노')가 오는 14일 개봉을 앞두고 "한국 애니메이션" 홍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5일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진행한 시사회에서도 "한국이 기획, 제작, 투자를 총괄했다"면서 "'안녕, 티라노'는 한국 애니메이션"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불거진 일본 불매 운동운동으로 일본 애니메이션들이 흥행 참패를 기록한 것을 염두한 행동으로 해석된다.

지난달 11일 개봉한 '극장판 엉덩이 탐정:화려한 사건 수첩'은 일본 베스트셀러 원작을 토대로 한 애니메이션으로 국내에도 어린이 팬이 많다. 하지만 네이버 영화 페이지에선 이른바 '평점 테러'를 당했고, 예매율과 흥행기록 모두 곤두박질쳤다.

지난달 24일 개봉한 '명탐정 코난:감청의 권' 역시 비슷한 분위기다. '명탐정 코난' 시리즈는 극장판이 개봉할 때마다 45만명가량이 찾을 정도로 고정 팬이 두터웠지만 올해엔 불매운동의 타깃이 됐다. '코난' 측 관계자는 "오래전부터 개봉을 준비해왔는데 당혹스럽다"며 "국민 정서를 충분히 고려해 홍보 마케팅이나 이벤트를 축소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녕, 티라노'는 일본 작가 미야니시 타츠야의 '고녀석 만나겠다' 시리즈 중 11권 '계속 계속 함께야'를 원작으로 제작했다. 세계적인 거장 사카모토 류이치 감독이 음악을 맡아서 더욱 화제가 됐다. 또 '명탐정 코난'의 시즈노 코분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일본의 유명 캐릭터 '아톰' 제작사인 데즈카 프로덕션에서 제작을 맡았다.

한국에서는 영화사 미디어캐슬이 기획과 제작, 투자 총괄을 담당했다.
/사진=영상물등급위원회 캡처
/사진=영상물등급위원회 캡처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돼 상영됐을 때만 하더라도 '안녕, 티라노'는 "한중일이 공동 제작과 투작을 맡은 글로벌 로젝트"였다. 하지만 최근 반일 기류가 거세지면서 일본과 중국을 지우고 한국을 강조하게 된 것.

부산국제영화제 당시 제작국가로 '한국과 일본, 중국'이 표기됐지만, 지난달 17일 영상물등급위원회의 등급분류를 받을 때엔 제작국에 '한국'만 적혀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안녕, 티라노'에 대한 관객들의 의견은 분분하다.

'안녕, 티라노' 측은 억울함을 드러냈다. '안녕, 티라노' 강상욱 미디어캐슬 총괄 프로듀서는 "정치적 이슈와 문화적 소비는 구분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영화 만든 사람에겐 국적이 있어도 영화엔 국경이 없다고 생각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또 "'안녕, 티라노'는 전 세계 모든 분이 힘을 합쳐 만들었지만 엄연히 한국영화"라며 "애니메이션 제작을 일본에서 했고, 감독님이 일본 분이니 '일본에서 해서 그래' 이렇게 말하는 건 옳지 않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건 되고, 저건 안되고 이러면 어떻게 불매 운동을 하냐", "광복절 전에 일본 감독이 연출한 애니메이션을 봐야하나", "영화의 정신을 결정하는 감독을 비롯해 대부분의 스태프가 일본인인데 어딜 봐서 한국 영화로 봐야하나", "감독 전작이 '코난'인데, '코난'은 불매하고 '안녕, 티라노'는 봐야 하는 거냐" 등 날 선 비판도 적지 않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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