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의 인기 캐릭터 라이언이 휠체어를 탄다면…
장애인 이동권 보장 운동을 펴는 협동조합 '무의(Muui)'는 지난달부터 '휠체어 탄 라이언 챌린지' 캠페인을 SNS상에서 진행하고 있다.

캠페인에 참여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먼저 자신이 좋아하는 카카오 프렌즈나 라인 프렌즈의 캐릭터를 촬영한다.

목발이나 휠체어, 지팡이 등 이동 보조도구와 함께 사진을 찍으면 더 좋다.

자신의 SNS 계정에 캐릭터 사진과 '#휠체어탄000 #휠체어탄라이언챌린지 #장애를무의미하게 #무의 #muui' 라는 해시태그를 올리면 된다.

마감일인 오는 20일까지 관련 해시태그 300개가 달리는 게 목표다.

무의는 캠페인이 끝나면 카카오나 라인에 참여자 명단을 건네며 '장애 캐릭터' 출시를 고려해 달라고 요청할 예정이다.

무의 이사장 홍윤희씨는 "비장애인이 일상에서 마주치는 장애인을 조금이나마 자연스럽게 봤으면 하는 바람에서 시작했다"고 캠페인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중학교 1학년인 딸에게 장애가 있어요.

어느 날 딸과 외출을 했는데 휠체어 탄 아이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행인이 너무 많은 거 있죠? 심지어 한 어르신은 '얼굴은 예쁜데 안 됐다'고 말씀하셨고요.

저는 그게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장애인과 접촉할 기회가 없어서라고 봐요.

어릴 때부터 장애를 가진 캐릭터를 자주 접할 수 있다면 장애인을 마주쳐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않을까 생각이 들더라고요"
홍 이사장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캐릭터 라이언이 휠체어를 탄 모습을 캐릭터로 만들면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캠페인에 동참한 이들의 뜻도 같았다.

최근 캠페인에 참여한 탁지혜(38)씨는 "친척 중에 몸이 불편한 분이 있어서 예전부터 장애인 인권에 관심이 많았다"며 "이것은 장애 여부를 떠나 사회 구성원 모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참여 의사를 밝힌 김모(37)씨도 "어릴 때 장애인을 접할 기회가 적었고 관련 교육도 별로 받지 못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장애인은 특이한 존재'라는 편견이 있었다"며 "앞으로 태어날 아들은 나와는 다른 환경에서 자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애인 수영선수로 널리 알려진 김세진군의 어머니 양정숙씨를 비롯해 인스타그램에 직접 그린 캐릭터 그림을 올려준 참여자는 물론 주변인의 동참을 호소하는 누리꾼도 있었다.

실제로 외국엔 지팡이를 짚은 인형이나 얼굴에 큰 반점을 가진 인형 등 다양한 장애인 캐릭터가 있다.

영국의 장애아동 부모들이 2015년에 결성한 '토이 라이크 미(toy like me)'라는단체는 다양한 장애를 가진 캐릭터 인형을 만드는 캠페인을 꾸준히 진행한다.

일부 완구업체는 이들의 취지에 공감해 신체장애를 표현한 인형을 출시하기도 했다.

또 2017년 4월 미국의 인기 어린이 방송인 '세서미 스트리트'에는 자폐아 캐릭터가 등장하기도 했다.

'캠페인이 성공한다면 우리나라에선 어떤 캐릭터가 나오길 원하느냐'고 묻자 홍씨는 "수동적이지 않고 밝은 캐릭터였으면 좋겠다"고 대답했다.

"장애인은 동정의 대상이 아니라 멋지게 살 수 있는, 다른 구성원들과 똑같은 존재라는 걸 알리고 싶기 때문이에요"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