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나이로 치면 80∼90세. 나이 들고 병든 반려동물을 돌보는 삶을 SNS로 공유하면서 누리꾼과 소통하는 이들도 있다.
반려동물의 삶을 끝까지 책임지는 일상을 담담하게 전하는 콘텐츠는 많은 이들의 공감과 응원을 받고 있다.
만 16살 반려견 '풋코'와 함께 7년째 제주도에서 사는 만화가 정우열씨는 풋코와 함께 하는 제주살이를 네이버 동물 공감 포스트에 '노견일기'라는 제목의 만화로 연재하고 있다.
"풋코가 바닷가에서 신나게 뛰는 걸 바라볼 때, 행복하다가도 슬퍼져요" 풋코는 백내장과 디스크, 고혈압을 앓고 있다.
백내장은 많이 진행돼 가끔 옷걸이를 주인정씨로 착각할 정도.
정씨는 "늙어가는 풋코를 관찰하면서 느낀 점을 만화에 녹였다"고 설명했다.
댓글 창에는 나이 든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의 공감 섞인 글이 가득하다.
"댓글을 읽으면 제 이야기보다 더 아픈 사연에 마음이 저려요.
반려동물과 살아가고 이별하는 일은 인간의 삶에 커다란 영향을 준다는 걸 실감합니다" 치매 걸린 반려묘 '나나'의 일상을 '노묘일기'라는 이름으로 유튜브에 연재 중인 박희연(가명·40대)씨. 박씨는 두 번째 반려묘였던 '삐삐'가 세상을 떠난 뒤 삐삐를 추억할 만한 동영상이 없는 게 못내 아쉬웠다.
남아있는 나나는 그의 곁을 떠난 후에라도 보고 싶을 때마다 꺼내 보고 싶었다.
그때부터 나나가 알약을 먹는 모습, 세수하는 모습 등을 영상으로 기록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찍은 영상을 보관 차원에서 유튜브에 올리던 것이 지금의 '노묘일기'가 됐다.
"나이 든 고양이가 나오는 영상은 유튜브에 많지 않더라고요.
사람들에게 노묘와 산다는 게 무엇인지 보여주고 정보도 주고 싶어서 유튜브 활동을 시작했어요"
박씨의 유튜브 채널은 시작한 지 8개월 만에 구독자가 2만명에 이르렀다.
유튜브 활동 초기에 올린 '18세 치매 고양이의 하루' 영상은 조회 수 130만 회를 넘었고, 댓글은 3천개가 넘게 달렸다.
박씨는 '하늘나라로 떠난 반려동물이 떠올라 눈물이 난다'거나 '내게도 곧 닥칠 일이라 영상을 그냥 넘기지 못했다'는 등 공감을 표하는 댓글을 보며 위로를 받을 때가 많다고 했다.
나이 든 반려동물과 산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박씨는 나나의 하루를 "24시간 내내 먹고 울고, 자고 울고, 싸고 운다"고 표현한다.
나나가 본격적으로 아프기 시작한 지난해 여름 이후로 푹 자본 날이 손에 꼽을 정도. "나나는 치매에 걸린 이후로 큰 소리로 자주 울어요.
나나가 울 때 무슨 일이 있나 싶어서 잠을 설치는 일이 많죠. 때 맞춰 수액도 놔줘야 하고 약도 먹여야 하고 심하게 아프면 바로 병원도 데려가야 하니 1박 2일 이상의 여행은 꿈도 못 꾸지요" 인스타그램에 15살 반려견 '아리'의 투병일기를 올리는 임지연(가명·35)씨의 삶도 아리가 아프기 시작한 뒤로 크게 변했다.
임씨는 밤마다 수의학 책과 논문을 들춰본다.
심부전, 인지장애 증후군(치매), 만성 췌장염, 슬개골 탈구 등 노화로 인한 질병을 앓는 반려견을 더 잘 돌보기 위해서다.
1년 전 아리가 심부전을 앓게 된 뒤 수의학 공부를 시작했다.
심부전은 심장이 이완과 수축 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해 호흡 곤란·발작 등이 나타나는 증상으로 노견에게 많이 나타난다.
오랫동안 꾸준한 치료가 필요한 탓에 견주들 사이에선 '거지(가 되는)병'이라고도 불린다.
"아리 상태가 급격히 나빠지면서부터는 외출이 사치가 됐어요.
아프기 시작하면서 분리불안증도 심해져서 제가 없을 땐 짖기만 해요.
그래서 하루 대부분을 아리와 붙어 있는 편이죠"
' /> 나이 든 반려동물과 산다는 건 이별을 준비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임씨는 최근 아리에게 입힐 수의를 직접 만들었다.
박희연씨는 반려묘가 떠난 후에도 종종 기억할 수 있도록 나나가 어렸을 때 치아로 목걸이를 만들어 뒀다.
풋코의 엄마 '소리'를 먼저 떠나보낸 경험이 있는 정 작가는 풋코가 떠나면 홀로 먼 여행을 떠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