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어렵지만 미국도 역할하겠다…갈등 확산 바람직 안해"

아세안 회의서 만난 한·미·일 외교

강경화 "일방적 결정…엄중 우려"
고노 "WTO 규정에 적합"

< 굳은 표정 강경화…고노 불러 세우는 폼페이오 > 강경화 외교부 장관(왼쪽)이 2일 태국 방콕 센타라그랜드호텔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가운데),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과 한·미·일 외교장관회의를 마친 뒤 기념촬영 준비를 하고 있다. 강 장관이 굳은 표정으로 포토라인에 서자 폼페이오 장관이 머뭇거리는 고노 외무상에게 자리에 설 것을 권유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국가)에서 제외하는 결정을 내린 2일 한·일 외교장관이 날카로운 설전을 벌였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은 한·일 갈등 해소를 위해 힘을 보태겠다는 뜻을 밝혔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이날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3(한·미·일)’ 외교장관회의에서 차례로 마이크를 잡고 상대국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강 장관이 먼저 포문을 열었다. 강 장관은 “일본이 포괄적인 수출 우대조치를 받는 무역상대국 목록에서 일방적이고 임의대로 한국을 제외한 결정을 엄중히 우려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아세안 외교장관들이 지난달 31일 채택한 공동성명에서 주요 무역 파트너 간 긴장 고조에 우려를 나타낸 것에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덧붙였다. 공동성명 28항에는 “세계무역기구(WTO)에 구체화된 투명하고 개방적이며 규칙을 따르는 다자무역 체제를 지지한다”는 내용이 있다.

강 장관에 이어 곧바로 발언권을 얻은 고노 외무상은 “나는 아세안 친구들로부터 일본의 수출관리 조치에 대한 불만을 듣지 못했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한국은 아세안 친구들보다 더 우호적이거나 동등한 지위를 누려왔는데 강 장관이 언급한 불만이 무슨 근거인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고노 외무상은 “일본의 수출 통제 조치는 WTO 합의 및 자유무역 체제와 전적으로 양립 가능하다”고 했다. 하지만 한국에 대해서만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를 취한 구체적인 이유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이날 오후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회의에서 폼페이오 장관은 3국 공조를 위해 한·일 양국 갈등이 확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밝혔다. 강 장관은 회의가 끝난 뒤 “미국도 이 상황에 대해 많은 우려를 나타냈고, 어렵지만 어떤 노력을 할 수 있는지 역할을 다하겠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전했다.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은 이날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로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를 초치해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에 항의하고 강한 유감을 나타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