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회사를 사들인다. 정부가 택시 면허를 사들이거나 대여하는 방식으로 모빌리티(운송) 사업을 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을 내놓은 뒤 나온 첫 인수 사례다. 대형 플랫폼 기업들의 택시 면허 확보 경쟁이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카카오모빌리티, 서울 택시회사 인수한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는 최근 진화택시를 인수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 서울 강남구에 있는 진화택시는 법인택시 면허 90여 개를 보유하고 있고, 직원은 200명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택시에 플랫폼 기술을 접목했을 때 어떤 효과가 있을지를 시험하는 차원에서 택시회사 인수를 결정했다”며 “인수를 위한 실사를 진행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회사 인수 작업을 전담할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수가 이번 한 번으로 그치지 않을 것이란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시험 차원이라고 해도 2~3개 업체를 추가로 인수해 적어도 200~300대의 차량을 운영할 수 있는 면허를 확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에서는 카카오모빌리티가 ‘가맹형’ 플랫폼 택시 사업을 추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17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택시제도 개편 방안에 따르면 ‘규제 혁신형 플랫폼 택시’는 혁신형, 가맹형, 중개형 등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정부는 가맹형 사업자의 택시 면허 대수 기준을 4000대 이상에서 1000대 이상으로 낮추고 차량의 외관과 차종 등에 대한 규제를 없애겠다고 약속했다.

부가 서비스를 붙여 요금을 올려 받는 것도 가능해진다. 자본력을 갖춘 대기업이라면 정부가 가격을 통제하는 ‘혁신형’ 사업자 시장에 머물 이유가 없는 셈이다. 정부는 혁신형 사업자와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내놓으면서 ‘서비스 내용 등을 감안해 합리적인 수준의 요금제를 허용한다’고 명시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 사업에 빠르게 안착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지난 3월 택시운송가맹사업자인 타고솔루션즈와 손잡고 승차 거부 없는 택시 ‘웨이고 블루’를 선보이는 등 택시 사업의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어서다.

웨이고 블루와 같은 택시회사와의 협업 모델도 늘려나갈 계획이다. 최근엔 택시단체들에 ‘승합차 택시’를 제안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외관을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로 꾸민 ‘라이언 택시’ 등 여러 승합차 택시 모델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