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신형방사포 지도하며 南겨냥 "과녁 자초하는 세력에 고민"
南에 '고민거리' 안기는 北…북미실무협상 전 대남압박 가속
북한이 미국과 실무협상을 앞두고 남한을 타깃으로 한 무기 실험에 잇따라 나서면서 북미관계와 분리된 대남 '압박전략'을 이어가겠다는 기조를 드러내고 있다.

1일 북한 매체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전날 대구경방사포 시험발사를 지도하며 "이 무기의 과녁에 놓이는 일을 자초하는 세력들에게는 오늘 우리의 시험사격 결과가 털어버릴 수 없는 고민거리로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이 무기의 과녁'이 무엇인지 언급하지 않았으나 사실상 남측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지난달 25일 진행한 신형 전술유도무기 '위력시위사격'을 대남 '경고용'이라고 밝히며 사실상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직설적 메시지를 쏟아냈던 것보다는 수위를 조절했지만, 이번 실험을 통해서도 대남 압박을 계속한 것이다.

신형 전술유도무기 사격 당시 김 위원장은 "남조선 당국자들이 세상 사람들 앞에서는 '평화의 악수'를 연출하며 공동선언이나 합의서 같은 문건을 만지작거리고 뒤돌아 앉아서는 최신 공격형 무기 반입과 합동군사연습 강행과 같은 이상한 짓을 하는 이중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남측의 대북정책에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남한의 F-35A 스텔스 전투기 도입, 한미연합훈련 지속 등에 자신들도 군사력 강화로 맞서겠다는 뜻을 연이은 대남용 무기 실험을 통해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은 미국을 향해서는 위협 강도를 비교적 세심하게 조절하는 모양새다.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북한이 최근 새 잠수함 건조를 공개하면서 작전수역을 '동해'로 명시한 것이 미국과 비핵화 협상 재개를 고려한 조치라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당국자가 지난주 비무장지대에서 북측 카운터파트를 만나는 등 북미 간에 접촉의 끈도 이어지고 있다.

북미 실무협상 재개를 앞두고 남측을 표면적인 압박 타깃으로 잡고, 미국과는 상황을 관리하고 있는 것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남측에 유화적 태도를 취하더라도 남한이 북미대화를 촉진하는 행동을 할 여지가 얼마나 있을지 북한이 보기에는 의심쩍은 것"이라고 풀이했다.

북한이 이런 대남전략을 계속 유지한다면, 북미관계와의 '선순환'을 통해 남북관계 동력 복원을 고민하는 정부로서는 곤혹스러운 상황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앞으로 비핵화 및 평화체제 협상 국면에서 남한을 부차적인 행위자로 보고 남북관계에 큰 비중을 두지 않는다면, 남북관계의 각종 현안 추진은 물론 정부의 독자적 입지 구축도 어려워질 수 있다.

북한은 최근 한국인 선원 2명이 승선한 러시아 어선을 억류했다가 풀어주는 인도주의 사안에서도 남측과는 별다른 소통을 하지 않았다.

김정은 위원장이 이날 '고민거리로 될 것'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남북 간 협력보다는 첨단무기 도입 및 한미연합훈련 중단 등 안보 측면을 남측이 대북정책에서 고민해야 한다는 우회적 촉구로도 해석할 수 있다.

다만 김정은 정권으로서도 재래식 전력 개량을 통한 국방력 강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무기 실험의 '명분'이 필요해 남측을 타깃으로 내세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아울러 북미 실무협상이 재개된 이후 북한이 현재의 대남 기조를 유지할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가 남북관계의 복원 흐름을 마련하기 위해 일단 북미 실무협상 재개에 집중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로 보인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통미봉남은 결국 북한에도 우리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지금은 압박을 가하고 있지만 김정은 위원장도 자신들의 실리를 위해서는 남북관계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