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금리 인하에도 치솟은 달러인덱스

미 중앙은행(Fed)이 31일(현지시간) 오후 2시 예상되던 0.25% 금리 인하를 발표할 때까지만 해도 시장은 약보합세였습니다.

일부 기대했던 0.50%포인트를 내리지 않은 것에 대한 반응이었습니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통화정책 성명서도 무난했습니다.

“완만한 속도로 경기가 확장하고 있다”는 문구를 유지했고,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는 말을 넣었습니다.

미 기준금리 인하에도 치솟은 미국채 2년물 금리

또 “향후 기준금리의 경로를 숙고하고 위해 경제 정보를 계속 모니터링하고, 경기 확장을 위해 적절히 대응하겠다”고 밝혀 기존의 “적절히 대응하겠다”는 문구를 살짝 바꾸면서 의미를 살렸습니다.

문제는 제롬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이었습니다.

오후 2시30분 시작된 기자회견에서 그는 미국 경제 전망이 여전히 우호적이라고 말문을 열었고, 세계 경기도 살짝 나아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금리 인하가 ‘인슈어런스 컷’(보험성 인하)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때까지만 해도 다우지수는 150포인트 가량 하락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인하는 (금리) 사이클 중간의 정책 조정”이라고 말하면서 다우는 폭락을 시작했습니다. 파월 의장은 “이번 인하가 장기 금리 인하 사이클의 시작은 아니다”라고 친절하게 설명해 시장의 지속적인 금리 인하 기대를 꺾어버렸습니다. 오후 2시53분 다우는 480포인트가 넘게 떨어졌습니다.

다만 몇 분 뒤 파월 의장은 “Fed가 단 한번만 금리를 내리겠다고 말하지도 않았다”고 살짝 후퇴했습니다. 이후 다우는 250포인트 이내로 낙폭을 줄이기도 했습니다.

파월 의장은 몇 번이나 “경제 지표에 의존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올 초 금리를 동결할 때 강조해온 말입니다.

어제 <월스트리트나우>에서 썼듯이 뉴욕 금융시장은 그동안 올해 추가로 한두번 등 내년까지 세번 이상의 금리 인하를 기대해왔습니다. 과거 불황이 아닌 때에 단행한 ‘인슈어런스 컷’은 평균적으로 6개월간 2~3차례 인하됐기 때문입니다.

특히 일부에선 이번 인하가 새로운 금리 인하 사이클의 시작일 수 있다고 기대해왔습니다.

이날 기준금리를 가장 잘 반영하는 미국 국채 2년물 금리는 1.868%로 치솟았습니다. 오후 2시50분께엔 1.95%선을 넘기도 했습니다.

또 달러인덱스도 0.53% 오른 98.330까지 급등했습니다.

Fed가 기준금리를 낮췄는데도, 향후 추가 인하 가능성이 제한되자 달러 가치가 치솟고, 2년물 값은 떨어진 겁니다.

파월의 말에 급락한 다우 지수

월가 관계자는 “파월 의장의 말은 잘하면 9월에 한 번 더 금리를 내리고 그 다음부터는 경제 지표에 의거해 통화정책을 펴겠다는 것”이라며 “지금 같은 경기 상황이 유지되고 미중 무역갈등이 더 이상 고조되지 않으면 금리 인하는 잘해야 단 두번으로 그칠 가능성이 커졌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다른 월가 관계자는 “파월 의장의 말은 ‘이제 시장이 원하는 걸 해줄만큼 해줬다. 그리니 앞으로는 갈 길을 가겠다’는 뜻으로 들렸다”고 말했습니다. 일부에선 “파월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설득력이 없이 갈팡질팡했다”고 비판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의장은 평소처럼 우리를 실망시켰다. 그러나 적어도 인플레이션이 없어서 시작하지도 말았어야할 양적긴축은 끝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우리는 어쨌든 승리하고 있다. 하지만 확실히 Fed로부터는 많은 도움을 얻지 못하고있다!”고 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