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이 올해 일본의 경제성장률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중국 경기 둔화와 오는 10월로 예정된 소비세율 인상 등으로 수출과 내수 모두 부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30일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 내각부는 전날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주재로 열린 경제재정자문회의에서 2019년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를 기존 1.3%에서 0.9%로 낮췄다.

중국 경기 둔화 가능성이 높아진 점이 성장률이 하향 조정된 가장 큰 이유로 지목됐다. 미·중 무역전쟁 격화 등으로 일본 업체들의 수출이 줄어들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연초에는 올해 수출이 전년 대비 3.0%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이번에는 0.5% 증가에 그칠 것으로 시각을 바꿨다. 여기에 올 10월 소비세율이 현행 8%에서 10%로 인상되면 내수 소비가 급격히 위축될 가능성도 일본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일본 정부는 2020년에는 글로벌 경기 회복에 편승해 일본의 성장률이 1.2%로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아베 총리는 “수요 확대와 성장 동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부 예산을 짤 것”이라며 “만약 경기가 하강할 위험을 보인다면 즉각적인 거시경제 대책을 주저하지 않고 실행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일본은행도 올해 일본 경제 실질 GDP 증가율 전망치를 석 달 전(0.8%)보다 0.1%포인트 내렸다. 일본 통화정책의 핵심 지표로 통하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 전망치는 지난 4월 수치보다 0.1%포인트 낮은 1.0%로 수정했다. 당초 일본은행이 내놓은 물가안정 목표치인 2%에서 더 낮아진 수치다. 일본은행은 이날 “현재 금융완화 정책을 그대로 유지하겠으나 장래 물가안정 목표를 향한 모멘텀이 손상될 우려가 높아질 경우 주저없이 추가 금융완화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일본 정부 등이 올해 성장률 전망을 낮춰 잡았지만 일본 내에선 여전히 정부가 경제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정부가 낮춰 잡았다는 성장률 전망(0.9%)도 여전히 민간 연구기관의 예측 평균(0.5%)에 비해 높다”며 “2014년 소비세율을 인상하면서 개인 소비가 위축됐고 성장률이 급격히 꺾인 전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