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에 탈나기 쉬운 여름, 복통 설사 4주 넘게 계속되면 염증성장질환 의심
염증성 장질환 환자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14년 4만9153명이던 염증성장질환자는 지난해 6만5802명으로 34% 늘었다. 대표적 염증성 장질환은 궤양성대장염과 크론병이다. 나아졌다 심해졌다 반복된다. 모든 연령대에서 생길 수 있지만 20~30대 젊은 환자가 특히 많다.

염증성장질환은 면역 반응이 잘못돼 생기는 질환이다. 발병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이창균 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특정 원인 때문에 생긴다기보다는 여러 환경인자, 예를 들면 음식 약물 생활환경 등에 영향을 받아 발병하는 복합적인 질환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했다.

무심코 넘기기 쉬운 염증성장질환

여름은 장이 고통받는 계절이다. 무더운 날씨 때문에 찬 음식을 자주 먹거나 상한 음식을 먹으면 복통 설사 증상이 나타난다. 대개 며칠 간 계속된다. 대부분 자연스럽게 증상이 나아지지만 그렇지 않은 환자들도 있다. 이때는 염증성 장질환을 의심해야 한다.

염증성장질환은 설사와 복통이 대표 증상이다. 과민성 대장증후군, 장염과 증상이 비슷해 치료시기를 놓치는 환자도 많다. 궤양성대장염은 점액 섞인 혈변이나 설사가 매일 여러 번 나온다. 대변 절박감, 잔변감 등을 호소한다. 크론병은 복통과 만성설사 증상이 심하다.

이 교수는 "증상이 4주 넘게 지속되고 혈변이 보인다면 병원에 찾아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며 "지속적인 염증은 대장암을 일으키는 위험 요인 중 하나"라고 했다. 그는 "두 질환 모두 제대로 치료받지 않으면 장이 구조적으로 바뀌어 합병증이 생길 위험이 있기 때문에 조기발견이 중요하다"고 했다.

염증성장질환 중 가장 익숙한 질환이 크론병이다. 입부터 항문까지 위장관의 어느 부위에서나 염증이 발생할 수 있다. 상당수 환자가 소장 끝 부분이나 대장 시작 부분에서부터 염증이 생긴다. 궤양성대장염보다 점막 깊은 부분까지 염증이 생겨 장벽을 관통해 구멍이 뚫리면 다른 부분까지 염증이 퍼질 위험이 있다.

궤양성 대장염은 염증이나 궤양이 항문 근처 직장에서 시작돼 점점 안쪽으로 진행한다. 병적인 변화가 이어져 나타나는데 병변 범위에 따라 직장염, 좌측 대장염, 광범위 대장염으로 나뉜다.

완치 아닌 관리해야 할 질환 인식해야

염증성 장질환은 완치가 불가능한 희귀질환이다. 평생 안고가야 할 만성질환이다. 다만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하면 증상을 최소한으로 줄여 불편함 없이 정상생활을 할 수 있다.

치료 목표는 염증이 있는 부분을 고쳐 설사, 직장출혈, 복통 등 증상을 줄이는 것이다. 염증조절제, 면역조절제, 생물학적 제제 등을 활용하는 약물 치료를 한다. 이때 약물 때문에 장내 염증이 어떻게 바뀌는지를 계속 확인해야 한다. 낫지 않거나 다른 합병증이 생기면 수술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분자생물학적 기전 분석을 토대로 염증단계를 차단하는 다양한 표적치료제가 도입되고 있다"며 "주사로 투여 받는 고분자량의 생물학제제를 대체할만한 저분자량의 경구용 화학합성물 신약도 임상에 도입되는 등 환자 편의성과 치료 효과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생활환경을 바꾸기 위한 환자 노력도 중요하다. 염증 관련 증상을 줄이고 장 세포가 원활히 재생되도록 돕기 위해 고단백 식단으로 식사하는 식이요법이 필수다. 염증성장질환자는 영양소를 흡수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소량의 음식을 자주 먹는 습관을 갖는 것이 좋다. 정기적으로 운동하는 것도 권장되지만 과격한 중량을 들거나 심한 유산소 운동을 하면 설사나 복통이 생길 위험이 있다. 주의해야 한다.

이 교수는 "사람이 살기 위해 기본적으로 이뤄지는 식사와 배설이 고통이 된 환자들은 몸과 마음이 지쳐있는 경우가 많다"며 "암과 같은 불치병으로 생각하는 것보다는 고혈압, 당뇨병처럼 적절히 치료하고 관리하는 만성질환으로 접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했다.

염증성장질환 증상이 사라져도 규칙적으로 약을 먹고 정기 검사를 해야 한다. 증상이 없어도 장 속에 염증이 남아 재발하거나 대장암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