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국방 현대화를 추진하는 ‘군사 굴기’에 속도를 내면서 중국 군수기업들의 몸집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세계 ‘톱10’ 방산업체에 중국 국유기업 세 곳이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

26일 미국 군사전문매체 디펜스뉴스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 기준으로 세계 상위 10개 군수기업 가운데 중국 기업 세 곳이 포함됐다.

중국 최대 방위산업체 중국항공공업그룹(AVIC)이 작년 249억달러(약 29조4900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산돼 세계 5위를 차지했다. 직원 수 50만 명에 항공무기장비와 군용운송기, 헬리콥터 등을 주로 생산하는 AVIC의 추정 매출은 세계 최대 군수업체인 미국 록히드마틴(505억달러)의 절반에 이르는 규모다.

1980년 중국 중앙군사위원회 승인을 거쳐 중국병기공업그룹과 중국병기장비그룹이 공동 투자해 설립한 중국북방공업그룹(CNIGC)은 7위에 올랐다. 지난해 매출이 148억달러를 기록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유 방산업체인 중국항공과공그룹은 지난해 121억달러의 매출을 거둔 것으로 추산돼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 밖에 중국남방공업그룹(11위)과 중국전자과기그룹(12위), 중국선박중공그룹(14위), 중국항천과공그룹(19위), 중국선박공업그룹(22위)이 글로벌 방산업체 100위 안에 들어갔다. 100위 안에 든 중국 방산업체 매출을 모두 합하면 970억달러에 달했다.

1~4위는 모두 미국 기업이 차지했다. 1위 록히드마틴에 이어 보잉(340억달러), 노스롭그루먼(253억달러), 레이시온(251억달러) 순이었다. 한국 기업으로는 한화가 27위에 오른 것을 비롯해 한국항공우주산업(54위), LIG넥스원(61위), 현대로템(93위) 등 4개 기업이 100위 안에 포함됐다. 일본 기업은 JXTG에너지와 이토추에넥스, 가와사키중공업이 98~100위를 기록했다.

디펜스뉴스는 매년 글로벌 100대 방산업체 순위를 발표했는데, 중국 기업을 순위에 포함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 군수기업들의 매출을 파악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디펜스뉴스는 영국 런던에 있는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와 협력해 중국 기업과 정부 보고서 등을 기반으로 중국 방산업체 매출을 계산했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국방예산은 2015년까지 매년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여왔다. 지난해 국방예산은 1조1000억위안(약 189조원)으로 미국(6960억달러·약 824조원)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올해는 작년보다 8%가량 늘어난 1조2000억위안이 책정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실제 국방예산이 정부 발표보다 1.5~2배 많은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중국 국방부는 지난 24일 내놓은 ‘2019 국방백서’에서 자체 개발한 주력 무기를 공개했다. 백서는 육·해·공·로켓군의 주력 무기로 각각 15식 탱크, 052D 이지스 구축함, 젠(殲)-20 전투기, 둥펑(東風)-26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등을 꼽았다. 이들 무기는 중국군에 실전 배치됐다.

중국은 10월 1일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70주년을 맞아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열병식을 개최한다. 이 자리에선 올해 국방백서에서 소개된 최신식 무기도 공개한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올해 열병식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강조한 ‘전쟁할 수 있어야 전쟁을 막을 수 있다’는 의지를 세계에 알리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