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동성애자(레즈비언) 커플에게 키스해보라고 요구한 뒤 거부하자 무차별 폭행을 가한 영국의 10대 청소년들이 '증오 범죄'(hate crime) 혐의로 기소됐다.

25일(현지시간) AP 통신과 BBC 방송에 따르면 런던 경찰은 이날 지난 5월 레즈비언 커플을 폭행한 15∼17세의 청소년 4명을 치안 유지법상 가중처벌이 가능한 증오 범죄 혐의로 기소됐다고 밝혔다.

英경찰, 레즈비언 커플 희롱에 주먹질 10대들 '증오범죄' 기소
4명의 용의자 중 3명에게는 혐의가 추가됐다.

16살 소년 1명에게는 절도와 장물 거래 혐의, 가장 어린 15살 소년에게는 장물 거래 혐의가 더해졌다.

또 다른 16살 소년은 대마초 소지 혐의도 받고 있다.

다만 경찰은 이들이 10대인 점을 고려해 신원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한 재판은 런던 하이버리 코너 유소년 법정에서 다음 달 21일 열린다.

영국의 윌리엄 왕자가 충격적이라고 표현한 사건은 지난 5월 30일 오전 2시 30분께 런던의 명물로 널리 알려진 야간 이층버스에서 벌어졌다.

당시 가해자들은 동성 커플인 우루과이 출신 멜라니아 헤이모나트(28)와 미국인 크리스(29)에게 외설적이고 혐오적인 발언을 퍼부었다.

심지어 성적인 몸짓을 하며 자신들이 감상할 수 있도록 "키스를 해 보라"고 강요했고, 동전까지 던져가며 괴롭힌 것으로 파악됐다.

커플이 이런 부당한 요구에 응하지 않자 청소년들은 물건을 던지기 시작했고, 이내 무자비한 폭행을 가했다.

청소년들은 커플의 휴대전화와 가방을 훔쳐 달아났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英경찰, 레즈비언 커플 희롱에 주먹질 10대들 '증오범죄' 기소
이 사건은 동성애 혐오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자 피해자들이 자신들의 사진을 페이스북에 공개하면서 알려졌다.

논란이 일자 테리사 메이 전 총리는 "피해자에게 위로의 인사를 전한다.

누구도 자신의 정체성과 자신이 사랑하는 이를 억지로 숨겨서는 안 될 것"이라며 "우리는 성 소수자(LGBT)에 대한 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노력해야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