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 "연내 전량처리" 환경청 "소각시설 증설"…주민 "관리시스템 낙후·무능" 경북에만 수십만t에 달하는 불법 폐기물이 방치된 것으로 확인되는 등 국토 곳곳이 폐기물로 몸살을 앓는 가운데 환경 당국의 미온적인 대처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25일 경북도·대구환경청·환경단체 등에 따르면 경북지역 불법 폐기물은 확인된 것만 14개 시·군 26곳에 28만6천여 t(불법 투기 6만t·방치 폐기물 22만t) 규모.
경북도는 이 같은 물량을 연내 모두 처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폐기물 수집업자가 토지나 창고를 임대해 폐기물을 쌓아두고 잠적하는 사례가 잇따르는 등 불법 폐기물이 근절될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
◇ 솜방망이 처벌 속 '폐기물 헐값 처분해주겠다' 브로커 양산
경북 일선 시·군의 환경부서 관계자는 "지난 4월 초 불법 폐기물 민원이 접수돼 현장에 가보니 무허가 수집업자가 방음벽을 설치하고 소량의 폐기물을 쌓아두고 있었다"며 "당시 행정지도를 하고 돌아왔는데 한달여 만에 수천t의 폐기물을 쌓아두고 잠적해 민원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가 수시로 현장에 나가봤으나 폐기물 반입 장면을 확인할 수 없고 업체 사람들을 만나면 '곧 다른 곳으로 옮기겠다'는 답변을 하다가 종적을 감춰버려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환경부서 공무원들은 폐기물 수집업자들이 주로 심야에 사람들의 눈을 피해 높은 벽이 설치된 공터에 폐기물을 반입해 단속에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한 공무원은 "폐기물을 제때 처리할 수 있는 소각시설이나 매립시설이 충분하지 않은 관계로 '헐값에 처분해주겠다'는 브로커가 양산되고 불법이 판친다"고 진단했다.
폐기물 불법 투기에 대한 처벌이 솜방망이여서 이런 사태가 벌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외신에 보도돼 국제적 망신을 산 의성군 쓰레기 산이 대표 사례이다.
의성 쓰레기 산은 낙동강 본류와 직선거리로 800여m 떨어진 단밀면 생송리 한국환경산업개발 사업장에 10여m 높이로 쌓인 폐기물 17만3천여 t을 가리킨다.
이 업체가 2016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반입해 방치한 폐기물은 허가량(2천157t)의 80배에 해당한다.
의성군은 지금까지 이 업체에 20여 차례 행정조치, 7차례 고발을 하는 등 대응에 나섰으나 속수무책이었다.
업체는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 집행정지 처분을 받아 그 기간을 이용해 계속 폐기물을 들여와 방치량이 계속 늘었다.
의성군 관계자는 "폐기물 1천t을 불법 처리해서 벌어들이는 수익이 1억원이라면 이로 인한 처벌은 고작 벌금 100만원 수준"이라며 "불법 수익금에 대한 환수조치 등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경북도 환경정책과 관계자는 "과거 폐기물 상당량을 중국 등 개발도상국으로 수출해 처리했는데 최근 들어 개도국 수입이 크게 줄어든 반면 소각·매립시설이 확충되지 않아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는 "폐기물 1t의 소각처리 비용이 25만원가량인데 불법 브로커들은 이를 반값에 처리해준다고 접근해 계약을 체결한 뒤 폐기물을 인적 드문 곳에 방치한다"며 "보다 강력한 처벌과 주민들의 철저한 감시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일선 시·군 환경 공무원 1인당 관리업체가 수백개로 과다한 데다가 시·군 간 폐기물 이동에 대한 감시가 소홀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서 관계자는 "폐기물이 다른 시·군으로 넘어갈 때 담당 공무원이 폐기물업체를 파악할 수가 없다"며 "권한을 달라고 하는데 그게 안 되고 있다.
폐기물 차량에 GPS를 달아 위치 파악하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주민단체 "환경 당국, 관리시스템 낙후하고 무능"
보건·의료기관 등에서 배출된 후 부적절하게 처리되는 의료폐기물 문제도 심각하다.
대구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의료폐기물 발생량은 2017년 기준 21만9천t으로 수도권이 절반 정도(47%)를 차지하고, 대구·경북은 전국 발생량의 9%를 차지했다.
이 같은 의료폐기물은 배출사업장에서 자가처리하거나 지정폐기물 처리업체에 위탁해 처리하도록 규정돼 있다.
의료폐기물을 자가처리하는 곳은 경기도 2곳뿐이며 대부분 위탁 처리되는데 재활용되는 태반을 제외하고 전량 소각된다.
지난 1월 기준 의료폐기물 위탁처리업체는 경북 3곳, 경기도 3곳, 충남 2곳, 충북·전남·광주·부산·울산·경남 각 1곳씩 총 14곳이다.
14개 소각장에서 하루 600t 처리가 가능한데 경북 3곳이 전체의 30% 정도를 소각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타지역에서 경북으로 의료폐기물 쏠림현상이 벌어진다.
의료폐기물 소각량과 유해물질 배출·관리방안 등에 관해 의료폐기물 업체가 주민들에게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업체와 주민 간 불신이 쌓인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최근 4개월간 주민단체의 신고로 영남권 12곳에서 불법 의료폐기물 1천t 이상이 발견됐고 이는 경북 고령에 위치한 한 의료폐기물 소각업체와 관련된 것으로 드러났다.
주민단체 관계자는 "의료폐기물로 인한 감염을 우려해 환경 당국에 관리 요청을 했으나 여전히 폐기물이 치워지지 않고 주민들은 위험에 노출된 상태"라며 "환경 당국의 관리시스템이 낙후하고 무능하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대구환경청 관계자는 "근본적으로 소각시설 처리능력보다 의료폐기물이 매년 과다하게 증가하고 있다"며 "의료폐기물 배출 감축을 위해 병·의원 등을 상대로 감축 방안을 홍보하고 전체 물량의 20%를 차지하는 기저귀를 일반폐기물로 소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또 "당초 이달 중 의료폐기물 소각시설 1곳을 증설해 처리용량을 늘릴 예정이었으나 내부 사정으로 인해 다음 달 초로 연기됐다"며 "다음 달 말까지 지역 내 불법 의료폐기물을 모두 처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