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해피 바이러스'는 슬픔보다 전염성이 높다
2009년 미국 실리콘밸리 팰로앨토에서 한 명문고 학생이 기차에 몸을 던져 자살했다. 몇 주 후 다른 학생이 기차에 뛰어들었다. 이후 몇 달 사이 다섯 명의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모두 화목하고 부유한 가정에서 부족함 없이 자랐고, 학교에서도 누구보다 잘 지냈던 아이들이었다. 자살 사태의 전말을 추적한 결과, 학생들은 초일류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학교, 숙제, 과외활동, 수면 사이를 다람쥐 쳇바퀴 돌듯 했다. 주변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린 것으로 나타났다. 스트레스는 열패감, 굴욕, 좌절, 슬픔, 분노, 수치 등으로 이어졌다. 그런 감정들은 전염성이 강력했다.

《감정은 어떻게 전염되는가》는 우리의 생각과 행동, 감정이 사회에 전염되는 방식과 그 영향력을 과학적으로 추적한다. 사람들의 의식과 행동은 타인 혹은 환경에 의해 영향받는다. 그 과정과 결과를 정확히 이해할 수 있다면 우리가 원하는 대로 감정과 행동, 생각도 바꿀 가능성이 커진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연구에 따르면 긍정적인 정서는 부정적인 정서보다 전염성이 더 강하다. 사람들이 부정적인 트윗보다 긍정적인 트윗에 두 배 정도 영향을 더 받았다. 즐거운 뮤지컬을 감상하면 행복한 감정을 느끼고 전염시킬 가능성도 올라갔다. 음악의 마법은 논리적 두뇌의 스위치를 끄고 감정을 건드린다. 내면에 침투해 머리, 맥박, 근육, 뼈 등 온몸의 조화를 이루게 한다. 뇌세포들은 서로 힘을 합쳐 멜로디, 리듬, 음표, 가사를 판독하면서 뇌의 보상중추를 채우고 생리 변화를 자극한다. 행복은 최초 감염자가 옆 사람에게 전파할 확률이 25%며 옆 사람이 다른 친구에게 옮길 가능성은 10%다. 그 친구들도 6% 정도 타인에게 행복을 전파할 수 있다.

책은 우리가 왜 주변 사람의 감정에 동화하고 습관을 따라하는지에 대해 최신 연구 결과와 다양한 사례를 들어 흥미진진하게 설명한다. 유용한 생각과 행동을 확산하고 싶다면 일독을 권한다. (리 대니얼 크라비츠 지음, 조영학 옮김, 동아시아, 278쪽, 1만6000원)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