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쑨양에 버금가는 수영 스타인 애덤 피티(25·영국)의 기자회견에서도 화두는 '쑨양과 쑨양을 외면한 선수'였다.
피티는 25일 광주광역시 광산구 남부대 시립국제수영장 앞 특설 기자회견장에서 취재진과 만났다.
국제수영연맹(FINA) 선수위원회 위원장 퍼넬러피 헤인스도 기자회견장을 찾았다.
피티는 2019년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평영 50m·100m에서 모두 우승했다.
두 종목 모두 3연패를 달성했다.
성과만큼이나 그의 '지지 선언'이 화제를 모았다.
피티는 자유형 남자 200m 시상식에서 금메달리스트 쑨양과의 인사를 거부한 동료 덩컨 스콧(영국)을 향해 "스콧의 생각과 행동을 지지한다"고 했다.
스콧에 앞서서 맥 호턴(호주)도 자유형 남자 400m 시상식에서 우승자 쑨양을 외면했다.
이후 많은 수영 스타는 쑨양에 대한 질문을 받는다.
25일 피티의 기자회견에서도 예상대로 쑨양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피티는 "나는 쑨양에게 강한 메시지를 전한 호턴과 스콧을 지지한다.
그들은 금지약물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한 것"이라며 "지금 수영장은 반도핑에 대한 분위기가 가득 차 있다.
이 분위기를 도약대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FINA가 경계하는 '시상대 위 선수들의 목소리'에 대해서도 강경한 태도를 드러냈다.

호턴, 스콧과 비슷한 행동을 하면 징계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에 피티는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건 선수들의 권리다.
시상대에 오르고 싶지 않다면, 시상대에 오르지 않을 권리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사실 피티는 기자회견에 참석하기 전 스위밍월드매거진 등에 "FINA가 선수들의 발언이나 행동을 징계 대상으로 삼는 건, 정말 의미 없는 행동"이라며 "선수들의 목소리를 높이기 위해 노조를 만드는 등의 행동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피티가 연이어 강경한 발언을 하자 FINA 관계자가 나섰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수영 영웅이었던 헤인스 위원장은 피티에게 "선수들은 자유롭게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그러나 시상대에서 그런 행동을 하는 건 다른 문제다.
선수 노조의 필요성을 시상식 해프닝과 묶는 건 적합하지 않다"고 했다.
그러나 피티는 "돈이 아닌 선수들의 목소리를 높이고자 노조 문제를 거론한 것이다.
FINA를 공격할 의도도 없었다"며 "선수들의 목소리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기구가 생긴다면, 모두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고 맞섰다.
헤인스 위원장은 "우리는 선수들과 만나서 대화하려고 했었다"고 한발 뒤로 물러났고, 피티는 "나는 그런 얘기는 들은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에 헤인스 위원장은 "앞으로는 대화를 하자"고 했다.
기자회견 뒤 헤인스 위원장은 "나도 선수 출신이고, 선수의 목소리를 FINA에 전달하는 게 내 역할이다"라며 "피티에게도 여러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이곳에 왔다"고 했다.

FINA는 쑨양에게 실효성이 없는 '경고'의 경징계를 내렸고, 세계반도핑기구(WADA)로부터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에 제소됐다.
광주에서 쑨양은 동료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쑨양의 도핑 문제에 지나치게 둔감하다"는 지적을 받은 FINA는 호턴, 스콧 등에게 경고를 하며 더 많은 비판을 받았다.
피티는 쑨양을 비판하는 대다수 선수의 편에 섰다.
FINA는 거세지는 선수들의 움직임에 당황한 눈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