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산업자본이 처음으로 은행의 최대주주로 인정받았다.

금융위원회는 24일 정례회의에서 카카오의 카카오뱅크 대주주 적격성 안건을 승인했다. 카카오뱅크는 카카오를 최대주주로 맞아 공격 경영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추가 자본확충과 내년 기업공개(IPO) 추진 등에 큰 동력을 확보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ICT 주도 인터넷뱅크 본격 등장

카카오, 국내 산업자본 첫 '은행 대주주' 된다
금융위의 이번 결정은 비금융주력자도 인터넷전문은행의 의결권이 있는 주식을 34%까지 취득 가능하도록 한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의 첫 적용 사례다. 카카오가 지난 4월 심사를 신청한 뒤 석 달여 만이다.

KT는 지난 3월 먼저 케이뱅크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신청했지만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 때문에 심사가 잠정 중단됐다.

카카오 측은 이날 승인 직후 “가능한 한 이른 시일 내 지분율 34%를 확보해 최대주주에 오를 것”이라고 밝혔다. 카카오는 지난 12일 이사회에서 한국투자금융지주가 보유한 카카오뱅크 보통주 4160만 주를 2080억원에 매입하는 방안을 의결했다. 카카오의 카카오뱅크 지분율은 기존 18%(총보유 주식비율 기준)에서 매입 후 34%로 오른다. 카카오는 한국투자금융지주의 지분 정리 절차 등이 마무리되는 대로 주주들과 협의를 거쳐 최대주주가 될 계획이다.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는 “전 세계적인 금융 혁신과 변화에 대응할 수 있게 됐다”며 “카카오뱅크가 보여온 혁신과 변화를 이어갈 수 있도록 기술 협력과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추가 자본조달·사업 확장 기회”

카카오뱅크는 중요한 성장 발판이 생겼다고 보고 있다. 이르면 3분기 중 카카오뱅크의 추가 자본조달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를 통해 카카오뱅크는 대출 여력을 높이고 사업 확장 등을 추진할 수 있게 된다.

내년 IPO도 무리 없이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면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도 더 활발히 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 2금융권 대출 연계 같은 플랫폼 비즈니스를 늘려 비이자수익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 자회사가 되면 주요 계열사와더 긴밀하게 협력할 수 있다. 카카오뱅크는 작년 12월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한 ‘모임통장’ 서비스를 출시해 한 달 만에 이용자 수 100만 명을 돌파했다. 메신저 사용자 및 콘텐츠를 가진 카카오와 협력하는 서비스를 앞으로 더 다양하게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기존 최대주주인 한국투자금융지주의 남은 지분 정리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라 카카오뱅크 주식을 50% 이상 또는 5% 이내로 보유해야 한다.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카카오에 팔고 남은 지분을 한국투자증권에 넘기려던 계획엔 제동이 걸렸다. 한국투자증권의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국투자금융지주 측 지분매매 절차가 늦어지면 최대주주 전환도 미뤄질 수 있다”며 “공정거래법 전력 등 과도한 규제 때문에 인터넷전문은행 혁신이 더뎌질까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