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야 가리지마"…맨해튼 고급 콘도 입주민들, 무려 129억 내고 조망권 지켜
멋진 스카이라인을 자랑하는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한 고급 콘도형 건물의 입주민들이 조망권을 지키기 위해 100억원 이상의 거액을 지불한 것으로 전해졌다.

개발업자가 주변에 고층 건물을 신축하려고 하자 시야가 가릴 것을 우려한 입주민들이 집단으로 개발업자로부터 1천100만달러(약 129억원)에 이른바 `공중권`(air right)을 사들인 것이다.

이에 따라 개발업자는 저고도로 건축설계를 바꿨고, 콘도형 건물 입주민들은 거액을 지불하고 맨해튼의 상징물 가운데 하나인 엠파이어 스테이트가 보이는 조망권을 지켰다.

22일(현지시간) 미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해당 입주민들이 거주하는 건물은 맨해튼 첼시의 `7번 애브뉴, 17번가`에 있는 12층 높이의 L자형 건물이다.

개발업체인 `엑스텔 디벨럽먼트`(Extell Development)는 당초 L자형 건물 주변의 작은 건물들을 허물고 총 44m 높이의 콘도를 건설할 계획이었다.

이 같은 신축계획이 알려지자 L자형 건물 입주민들은 협상에 나섰고, 엑스텔 측은 당초 더 많은 금액을 요구하다 결국 1천100만달러에 합의했다.

L자형 건물 입주민들은 주거 중인 층수에 따라 차등화해 1천100만달러를 분담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저층 입주민들은 비용을 분담하지 않았다.

높은 천정과 넓은 공간을 갖춘 L자형 건물은 예술인이나 유명인사들이 거주하기도 했다.

영화배우 메릴 스트립의 남편이자 조각가인 돈 검머는 이 건물을 개보수 하기 전에 살았다. 영화배우 해리슨 포드는 이 건물의 펜트하우스를 소유하고 있다가 2012년 1천500만달러에 매각했다. 최근 이 건물의 한 세대 거래가는 970만달러를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동산회사인 `드러스트 오거나이제이션`의 조던 배로위츠 부회장은 "무형의 조망권을 위해 그렇게 많은 돈을 지불한 사례를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NYT는 양측간 합의는 지난 2016년에 이뤄졌지만,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다면서 조망권 보호를 위해 이 같은 거액이 거래된 것은 드문 일이라고 설명했다.

엑스텔의 개리 바넷은 대부분의 사람(입주민)은 소송을 제기해서 개발을 저지하려 하지만 그들은 `시장가`를 지불해서 조망권을 지켰다면서 "흔치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엑스텔 측은 당초 44m 높이의 콘도 신축계획을 변경해 L자형 건물 입주민들의 시야를 가리지 않는 높이의 상업용 건물을 신축 중이며, 완공을 앞두고 있다.

김주리기자 yuffie5@wowtv.co.kr

한국경제TV 핫뉴스




ⓒ 한국경제TV,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