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소수자(LGBT) 권리를 위해 싸우던 러시아의 여성 활동가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괴한이 휘두른 흉기에 수차례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2일(현지시간) 현지 활동가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현지 시민 활동가들과 지역 언론들은 숨진 여성이 성 소수자 권리 옹호 운동 활동가로 잘 알려진 옐레나 그리고리예바라고 밝혔다.

동료 활동가인 디나르 이드리소프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주주의와 반전, 성 소수자 권리 운동의 활동가인 옐레나 그리고리예바가 자신의 집 인근에서 무참히 살해당했다"며 그의 사망 소식을 알렸다.

러시아 성소수자 권리 옹호 활동가, 괴한 흉기에 찔려 숨져
경찰 당국은 지난 21일 수차례 흉기에 찔려 상처를 입은 41세 여성의 시신이 러시아 제2의 도시인 상트페테르부르크 남부에서 발견했다고 확인해줬지만, 구체적인 여성의 신원은 밝히지 않았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온라인 통신사인 폰탄카는 그리고리예바의 등과 얼굴에서 흉기에 의한 상처가 발견됐으며 목이 졸린 흔적도 있다고 전했다.

그를 살해한 용의자도 체포됐다고 폰탄카는 보도했다.

그는 LGBT 권리와 러시아에 투옥 중인 우크라이나 정치범 석방, 크림반도 합병 반대와 같이 러시아에서 대중에 외면당하는 이슈들을 지지하는 집회에 정기적으로 참여했다고 AFP 통신은 덧붙였다.

이드리소프는 최근 그리고리예바가 그의 활동에 반대하는 세력들에게 협박을 받아온 사실도 전했다.

그러면서 "폭력과 살해 위협과 관련해 그가 신고했지만, 경찰은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며 미온적인 경찰 대응에 불만을 드러냈다.

실제 그리고리예바는 러시아 내 반 LGBT 세력의 주요 표적이었다.

가디언은 LGBT 권리 옹호 활동가들에 대한 감시를 요구하는 웹사이트가 공개한 LGBT 활동가 명단에 그의 이름이 올라가 있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의 통신·정보기술·매스컴 감독청인 '로스콤나드조르'(Roskomnadzor)는 지난주 해당 웹사이트를 차단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