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 유지해도 연습 상대 없어…연맹 "지도자 중심 클럽팀 만드는 방안 검토"
[광주세계수영] 걸음마 뗀 여자수구, 미래는 있을까
사상 첫 여자수구 대표팀의 세계무대 도전이 끝났다.

대표팀은 22일 2019 국제수영연맹(FINA)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15·16위 결정전에서 쿠바에 0-30으로 졌다.

이 경기를 끝으로 한국은 5전 전패, 16위라는 성적표와 함께 대회를 마무리했다.

한국은 개최국 자격으로 이번 세계선수권대회 여자수구 종목에 처음 참가했다.

한국에는 전까지 여자 수구대표팀이 없었다.

수구를 전문으로 하는 선수도 없었다.

지난 5월 대한수영연맹은 선발전을 통해 광주 대회에 출전할 여자 수구대표팀 13명을 뽑았다.

대부분이 경영선수 출신이었고, 고등학생이었다.

중학생도 2명이 포함됐다.

선수들은 6월 2일부터 진천 선수촌에 입촌해 합숙 훈련을 시작했다.

남자 수구대표팀 지도자였던 진만근, 홍인기 코치가 여자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았다.

한 달 반 동안의 연습만을 거친 후 선수들은 세계적인 강호들을 상대했다.

목표는 '한 골'이었다.

헝가리와 첫 경기에서 0-64라는 기록적인 패배를 당할 때만 하더라도 목표 달성은 불가능해 보였다.

아쉬움은 잠시였다.

러시아와의 2차전에서 한국은 경다슬(18·강원체고)의 골로 첫 득점을 신고했고, 이어진 캐나다와 남아프리카공화국전에서는 각각 2골, 3골을 넣으며 신바람을 냈다.

마지막 경기인 쿠바전 후, 서로를 부둥켜안고 눈물을 쏟아낸 선수들은 "계속 수구를 하고 싶다"는 소망을 거듭 말했다.

진만근 코치 또한 "유럽 강호들을 상대로 한 골을 넣는 게 정말 힘든 일인데 선수들이 기대 이상으로 잘 해줬다"며 "앞으로도 여자 수구팀이 유지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짧은 시간 발전하는 모습을 봤을 때 꾸준히 선수들을 육성한다면 2022년 아시안게임에서 메달도 노려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지원과 관심만 뒷받침된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종목"이라고 전망했다.

[광주세계수영] 걸음마 뗀 여자수구, 미래는 있을까
대한수영연맹도 어렵게 피어난 여자수구의 싹을 계속 키워내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대한체육회 지원을 받는 정식 종목이 아니기 때문에 대표팀을 유지하는 것은 힘들지만, 지도자를 중심으로 한 '클럽팀(동호인팀)'의 형태로 여자 수구팀들을 만드는 방식을 검토 중이다.

연맹 관계자는 "비용을 감수하고 대표팀을 유지한다고 하더라도, 연습이나 경기를 펼칠 상대 팀이 없다"며 "자체적으로 클럽팀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장려하고, 어느 정도 수가 모이면 연맹이 주관하는 대회에 참가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자 수구 대표팀은 27일까지 선수촌에 머물며 대회 수구 경기를 지켜본 후 해산할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