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일본의 한국에 대한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협력하겠다는 의향을 밝혔지만 그의 속마음에 불투명한 점이 있다는 일본 언론의 지적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9일(현지시간) 아폴로 11호 달 착륙 50주년을 기념하는 백악관 행사에서 한일 갈등에 대한 질문을 받고 "사실은 한국 대통령이 내가 관여할 수 있을지 물어왔다"며 한일 양국이 원한다는 단서를 달아 중재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20일 "지난달 30일 한미정상회담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일 갈등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했다"며 "당시 일본 언론은 경제 보복 가능성을 지속해서 보도하고 있었다"고 언급했다.

日언론 "한일갈등, 관여 의향 밝힌 트럼프 본심 '불투명'"
요미우리신문은 21일 이런 사실을 전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진심은 무엇인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요미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내가 얼마나 많은 일에 관여해야 하나.

북한 문제에도 관여해 당신을 돕고 있다"고 '불만'을 나타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바라건대 한국과 일본이 해결하면 좋겠다.

그러나 확실히 무역의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라고도 말했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한편 요미우리는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중재를 요청한 배경으로 한미일 3국 간의 안보 협력을 중시하는 미국을 끌어들여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요미우리는 또 한국 정부가 내달 하순 만료되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을 포괄적인 수출 규제를 완화해 주는 '화이트 국가' 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려는 일본 정부에 대한 압박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일본 정부가 수출 규제 강화 방안의 하나로 수출무역관리령을 개정해 내달 중 화이트 국가에서 한국을 빼면 그 시점에 한국 정부가 대항 조치로 협정 파기 카드를 꺼내 들 수 있다는 것이다.

日언론 "한일갈등, 관여 의향 밝힌 트럼프 본심 '불투명'"
한국 정부는 1년 단위로 갱신하는 이 협정을 연장하려면 내달 24일까지 결정해 일본 측에 통고해야 한다.

그러나 일본의 수출규제 대응책을 모색 중인 청와대는 이 협정 연장 여부에 대해 '모든 옵션을 검토한다'며 유동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요미우리는 "(한국 정부는) 북한을 둘러싼 한미일 연대에 구멍이 생길 수 있다는 위기감을 미국에 안겨 일본 정부에 압박을 가하도록 하려는 목적이 있는 듯하다"며 "그러나 협정을 파기할 경우 미국의 반발로 한국 측 생각대로 흘러갈지는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전후 배상의 본질에 관계된 징용공 문제의 중재는 쉬운 일이 아니어서 미국의 조기 개입에 회의적인 견해도 나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