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우버 운전기사는 사업자인가 노동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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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버 혁명
알렉스 로젠블랏 지음 / 신소영 옮김
유엑스리뷰 / 372쪽 / 2만5000원
알렉스 로젠블랏 지음 / 신소영 옮김
유엑스리뷰 / 372쪽 / 2만5000원
“자유가 매주 입금된다.” 2015년 페이스북에 뜬 우버의 광고 문구다. 업무의 유연성을 중시하는 밀레니엄 세대들이 혹할 만한 얘기다. 트래비스 캘러닉과 개릿 캠프가 2008년 창업한 우버는 공유경제를 대표하는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리무진을 호출하는 앱(응용프로그램) 서비스로 시작해 세계 700여 개 도시로 진출했다. 우버의 지난해 매출은 113억달러(약 13조2492억원)에 이른다. 택시산업을 우버가 빠르게 대체하는 것을 그저 ‘파괴적 혁신’으로 받아들이고, 모든 산업 영역에서 일어나는 흥망성쇠 중 하나로 여겨야 할까.
《우버 혁명》을 쓴 알렉스 로젠블랏은 여기에 의문을 제기한다. 캐나다 퀸즈대에서 사회학을 공부하고 맥길대에서 역사를 전공한 저자는 스스로를 ‘테크놀로지 에스노그래퍼(technology ethnographer)’라 칭한다. 기술이 미치는 영향을 사회문화적인 측면에서 분석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이 책은 우버를 주축으로 한 공유경제의 실상을 비판적인 시각으로 파헤친 작업의 결과다.
저자는 우버의 실체를 알기 위해 2014년부터 5년간 25개 도시에서 5000마일(약 8046㎞) 넘게 ‘남이 운전하는 차’를 탔다. 우버가 진출해 있는 지역에서는 우버를, 우버가 없는 곳에서는 택시를 탔다. 책엔 각기 다른 상황과 입장에 처해 있는 운전자들과의 대화가 생생하게 담겨 있다. 운전자들뿐만 아니다. 저자는 다양한 직급의 우버 관계자들을 만났고 심지어 우버로부터 입사 제안까지 받았다.
우버는 ‘상사 없이 스스로 계획한 일정대로 운행하고 요금을 받으라’고 하면서 운전자를 모집한다. 여기서 운전자들은 우버의 피고용자라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운전자들은 우버의 노동자일까? 저자는 “우버는 운전자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면서도 그들을 ‘소비자’라고 분류해 빠져나갈 구실을 얻는다”며 “현대 사회가 노동이 아니라 소비 중심 사회라는 점을 강조하며 불편한 일련의 규제들로부터 빠져나가고 있다”고 지적한다. 우버는 운전자들에 대해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다. 스스로를 고용주로 정의하지 않으면서도 운전자에겐 징계 조치를 내린다.
지난해 기준 전 세계 우버 운전사는 300만 명에 달한다. 우버는 이들을 ‘피고용인’이나 ‘노동자’가 아니라 ‘사용자’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스스로를 운송사업자가 아니라 정보기술(IT) 회사로 규정한다. 저자는 “소프트웨어가 핵심이지만 우버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사실상 운송 서비스”라며 “우버가 판매하는 것은 승객 운송 서비스지만 운송 사업자들이 져야 하는 법정 의무에선 벗어나 있다”고 강조한다.
이 책은 우버가 성공적으로 다수의 노동 인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이유, 우버가 ‘기업가 정신’을 내세워 전 세계로 세력을 넓혀간 과정, 우버의 방대한 정보 수집과 요금 체계, 알고리즘을 통한 통제 방식을 설명한다. 저자는 우버 내에 존재하는 지배와 피지배 구조뿐 아니라 우버가 만들어 낸 혁신과 무법, 노동과 소비, 공유와 고용 간의 경계가 어떤 논리로 무너져 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간 국내에서 벌어진 차량 호출 서비스를 둘러싼 논란은 기존 택시업계와의 갈등, 호출 서비스 이용자 입장을 드러내는 여론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이 책은 차량 호출 서비스 플랫폼의 또 다른 ‘소비자’인 운전자 처지에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우버라는 한 기업에 그치지 않는다. 그와 같은 플랫폼 회사들이 갖게 된 힘과 그로 인해 바뀌고 있는 노동의 방식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기술은 우리가 일하고 생활하는 모습뿐 아니라 전통적인 근로자와 사업가, 소비자와 생산자 간 관계도 다시 정의해 가고 있다. “차량 호출 서비스의 운전자들은 보이지 않는 상사 밑에서 일하는 환경에 익숙해진 신(新)경제의 노동자”라는 저자의 표현이 와닿는다.
저자 의도와 달리 제목 때문에 우버의 성공 비결이나 우버가 가져온 변화를 긍정적인 시각에서 해석하는 책으로 오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책의 원제는 ‘우버랜드(Uberland)’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우버 혁명》을 쓴 알렉스 로젠블랏은 여기에 의문을 제기한다. 캐나다 퀸즈대에서 사회학을 공부하고 맥길대에서 역사를 전공한 저자는 스스로를 ‘테크놀로지 에스노그래퍼(technology ethnographer)’라 칭한다. 기술이 미치는 영향을 사회문화적인 측면에서 분석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이 책은 우버를 주축으로 한 공유경제의 실상을 비판적인 시각으로 파헤친 작업의 결과다.
저자는 우버의 실체를 알기 위해 2014년부터 5년간 25개 도시에서 5000마일(약 8046㎞) 넘게 ‘남이 운전하는 차’를 탔다. 우버가 진출해 있는 지역에서는 우버를, 우버가 없는 곳에서는 택시를 탔다. 책엔 각기 다른 상황과 입장에 처해 있는 운전자들과의 대화가 생생하게 담겨 있다. 운전자들뿐만 아니다. 저자는 다양한 직급의 우버 관계자들을 만났고 심지어 우버로부터 입사 제안까지 받았다.
우버는 ‘상사 없이 스스로 계획한 일정대로 운행하고 요금을 받으라’고 하면서 운전자를 모집한다. 여기서 운전자들은 우버의 피고용자라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운전자들은 우버의 노동자일까? 저자는 “우버는 운전자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면서도 그들을 ‘소비자’라고 분류해 빠져나갈 구실을 얻는다”며 “현대 사회가 노동이 아니라 소비 중심 사회라는 점을 강조하며 불편한 일련의 규제들로부터 빠져나가고 있다”고 지적한다. 우버는 운전자들에 대해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다. 스스로를 고용주로 정의하지 않으면서도 운전자에겐 징계 조치를 내린다.
지난해 기준 전 세계 우버 운전사는 300만 명에 달한다. 우버는 이들을 ‘피고용인’이나 ‘노동자’가 아니라 ‘사용자’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스스로를 운송사업자가 아니라 정보기술(IT) 회사로 규정한다. 저자는 “소프트웨어가 핵심이지만 우버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사실상 운송 서비스”라며 “우버가 판매하는 것은 승객 운송 서비스지만 운송 사업자들이 져야 하는 법정 의무에선 벗어나 있다”고 강조한다.
이 책은 우버가 성공적으로 다수의 노동 인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이유, 우버가 ‘기업가 정신’을 내세워 전 세계로 세력을 넓혀간 과정, 우버의 방대한 정보 수집과 요금 체계, 알고리즘을 통한 통제 방식을 설명한다. 저자는 우버 내에 존재하는 지배와 피지배 구조뿐 아니라 우버가 만들어 낸 혁신과 무법, 노동과 소비, 공유와 고용 간의 경계가 어떤 논리로 무너져 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간 국내에서 벌어진 차량 호출 서비스를 둘러싼 논란은 기존 택시업계와의 갈등, 호출 서비스 이용자 입장을 드러내는 여론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이 책은 차량 호출 서비스 플랫폼의 또 다른 ‘소비자’인 운전자 처지에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우버라는 한 기업에 그치지 않는다. 그와 같은 플랫폼 회사들이 갖게 된 힘과 그로 인해 바뀌고 있는 노동의 방식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기술은 우리가 일하고 생활하는 모습뿐 아니라 전통적인 근로자와 사업가, 소비자와 생산자 간 관계도 다시 정의해 가고 있다. “차량 호출 서비스의 운전자들은 보이지 않는 상사 밑에서 일하는 환경에 익숙해진 신(新)경제의 노동자”라는 저자의 표현이 와닿는다.
저자 의도와 달리 제목 때문에 우버의 성공 비결이나 우버가 가져온 변화를 긍정적인 시각에서 해석하는 책으로 오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책의 원제는 ‘우버랜드(Uberland)’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