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핵심 관계자가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19세기 정한론을 주장한 일본 사상가인 요시다 쇼인(吉田松陰)을 언급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요시다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꼽은 바 있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17일 외신기자들을 대상으로 일본 경제보복의 부당함을 알리는 간담회를 열었다. 일본이 그간 강조해 온 자유무역의 원칙을 스스로 해치고 있다는 논리를 폈다. 그러면서 한·일 협력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이 관계자는 메이지유신(1868년)의 단초가 된 ‘사쓰마(薩摩)-조슈(長州) 동맹’을 예로 들었다. “아베 신조 총리와 그의 아버지(아베 신타로) 이름에 있는 한자 ‘진’(晋, 일본어 발음은 신)을 공유하고 있는 다카스기 신사쿠와 요시다 쇼인이 생존했다면 양국 간 미래 지향적 협력에 대한 나의 평가에 동의할 것을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외신 기자들로선 생소한 내용이다. 일본 여론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요시다는 아베 총리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다. 일본 보수 우익의 정신적 뿌리로 평가받고 있으며 아베 총리의 고향이자 지역구인 야마구치현 출신이다. ‘조선을 정벌해야 한다’는 정한론을 최초로 주창해 일본의 팽창주의를 촉발했다. 다카스기는 요시다의 수제자며 도쿠가와 막부 타도 선봉에 서서 메이지유신을 여는 데 기여한 인물이다. 역시 아베 총리와 동향인 야마구치 출신이다. 일본에선 이들 2인의 노력으로 사쓰마-조슈 동맹이 이뤄진 것으로 평가한다.

사쓰마는 현재의 구마모토현이며 조슈는 아베 총리의 고향인 현 야마구치다. 두 지역은 막부 시절 앙숙 관계였으나 도쿠가와 막부 타도를 위해 동맹을 결성해 메이지유신을 이끌어냈다. 당시 사쓰마 출신 유명 인사로는 ‘라스트 사무라이’의 주인공이자 정한론을 외친 사이고 다카모리가 있다. ‘삿초 동맹’ 인사들은 1868년 메이지유신 이후 일본 정부 요직을 장악했다. 이 관계자는 “한국과 일본은 건설적인 방식으로 역사적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 지향적인 관계로 가야 한다”며 “특히 일본이 ‘레이와’ 시대의 새로운 시대를 선포한 데 비춰볼 때 건설적인 대화로 수출 통제와 대법원 판결 분쟁을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