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키 데자키 감독 내한
'주전장' 감독 "강제징용에 대한 日의 대응방식에 유감"
"아베 총리가 제 영화를 보지 말라고 해서 오히려 홍보가 됐네요.

(웃음)"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주전장'이 오는 25일 개봉한다.

일본계 미국인 미키 데자키 감독이 연출한 이 영화는 일본 우익 또는 민족주의자, 역사 수정주의자들이 왜 '위안부' 문제를 부정하고 숨기고 싶어하는지를 쫓는다.

30여명을 인터뷰 해 '위안부' 피해자들을 지지하거나 또는 반대하는 사람들의 발언을 번갈아 가며 실었다.

일본 우익이 "일본군 위안부는 매춘부였다", "위안부들이 정부에 의해서 동원됐다는 증거가 없다"는 말을 하면 그를 반박하는 또 다른 발언을 보여주는 식으로 영화가 전개된다.

15일 언론시사회 후 서울 강남구 한 극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미키 데자키 감독은 "완성된 영화를 위안부 피해자들을 지지하는 사람과 반대하는 사람들이 모두 좋아하지 않는 점들이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제가 일본계 미국인이기 때문에 제3자로서 양쪽을 모두 인터뷰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면서도 "위안부 이슈에서 중요한 사람들이 화가 날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에 감정적·정서적으로 어려운 작업이었다"고 털어놨다.

영화는 '위안부' 문제를 통해 단순히 이 역사를 부정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일본은 한국이나 중국과 달리 특별하다', '한국은 중국이 시켜서 위안부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는 등의 근거 없는 주장을 늘어놓고 심지어 피해자들을 개인적으로 모욕하기까지 하는 일본 우익의 민낯을 파헤친다.

미국 내 평화의 소녀상을 반대하는 단체, 난징 대학살이 실제로 없었음을 주장하는 단체 등 여러 우익 단체가 실제로는 모두 연결돼있으며 이 중심에 아베 총리와 그의 '일본회의'가 있음을 밝힌다.

아울러 우익들이 일본의 전통종교 '신토'와 무관하지 않다는, 잘 알려지지 않는 사실까지 전한다.

여러 우익단체를 연결하는 가세 히데아키가 인터뷰에서 "'위안부' 문제에 왜 그렇게 관심이 많죠? 이 멍청한 문제에?"라고 물으며 "한국은 버릇없는 꼬마 같다"고 말하는 장면에서는 우익의 역사와 주변국 인식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위안부' 관련 내용이 교과서에서 삭제돼 일본 젊은이들이 '위안부'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는 상황, 일본 우익이 세력을 넓힌 데에는 미국의 잘못이 컸다는 사실도 영화는 놓치지 않는다.

'주전장' 감독 "강제징용에 대한 日의 대응방식에 유감"
이같은 내용 때문인지 지난 4월 일본에서 영화가 개봉하자 출연한 우익 인사들이 상영중지를 요청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데자키 감독을 고소하기도 했다.

데자키 감독은 "일본에서 개봉하고 나서 역사 수정주의자들이 영화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기 위해 활동하고 있다"며 "이들의 주장은 부조리하고 이치에 맞지 않는다.

나는 그들을 속인 적은 없다.

일본인들이 해야 할 질문은 오히려 '왜 이 영화를 보면 안 되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의 젊은 세대는 위안부 문제에 대해 잘 모른다.

그래서 영화에 대한 반응이 긍정적이었다.

모르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충격적이라는 사람들도 있고 아베 정권이 이런 일을 하고 있는지 몰랐다는 반응,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곧 일본에서 선거가 있어서 시기적으로도 운이 따랐다"고 덧붙였다.

데자키 감독은 이 영화를 만든 데 대해서는 "한일 양국간에 위안부 문제에 대한 정보의 차이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이 문제를 자세히 소개하는 영화를 만들어서 한일 양국간 증오를 줄이면 생산적인 토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 영화가 최근 일본이 한국에 대해 수출 규제를 하고 한국 내에서 일제 불매운동이 일어나는 시기와 영화 개봉이 맞물린 데 대해서는 "'주전장'은 일본 영화가 아니니 보이콧하지 말아달라"고 웃었다.

그는 "아베 정권이 강제 노동 문제에 대해 무역 제재라는 대응하는 방식에 유감이다"며 "이는 인권의 문제이지 외교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아베 정권은 한일간의 싸움으로 몰아가고 싶어하는 것 같다.

위안부 문제에서도 똑같은 대응을 하는 것 같다"고 의견을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