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실시된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고 정권을 탈환한 그리스의 중도우파 정당 신민주당(신민당)이 선거 이틀 만에 새 내각을 구성했다.

전날 속전속결로 총리직에 취임한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신임 총리의 지명을 받은 장관과 차관 등 총 51명의 그리스 새 내각의 관료들은 9일(현지시간) 취임하고 직무를 시작했다.

이들은 이날 그리스 정교회 아테네 대교구의 이에로니모스 대주교가 이끈 취임식에서 성경에 손을 얹고 취임 선서를 했다.

그리스 각료들은 전통적으로 그리스 정교회 대주교의 입회 아래 취임 선서를 한다.

그리스 중도우파 내각 출범…재무장관에 경제학자 스타이쿠라스
좌파 성향의 무신론자인 알렉시스 치프라스 전 총리는 2015년 총리 당선 때 이런 관행을 깨고 민간방식의 취임선서를 하는 등 정치와 종교를 분리하려는 노력을 했다.

하지만 독실한 정교회 신자인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신임 총리는 전임자가 했던 재정 분리 정책을 폐기할 것을 공언하고 있다.

그리스 새 내각은 주로 과거 신민당이 이끌던 정부에서 각료를 지낸 사람들과 비정치인 출신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로 꾸려졌다.

경제 성장과 균형 재정을 이끌어갈 재무장관의 중책은 신민당과 사회당의 연립정부 시절인 2012∼2013년 재정차관을 지낸 경제학자이자 공학자인 크리스토스 스타이쿠라스(45)가 맡게 됐다.

치프라스 내각의 에우클리드 차칼로토스 재무장관으로부터 자리를 넘겨받은 그는 "우리의 핵심 목표는 공공재정의 건전성과 은행 부문의 안정을 유지하면서 높은 경제성장을 이루는 것"이라며 "가계와 기업의 세금 부담을 줄이고, 생산성과 경쟁력, 제품의 품질, 융통성 등을 촉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그리스 새 정부가 유럽연합(EU) 등 국제채권단에게 채무 부담 경감과 재정 흑자 폭 축소 등을 요구할 방침을 밝힌 가운데, 전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회동한 유로존 19개국 재무장관은 "그리스의 핵심 예산 목표는 준수돼야 한다"며 그리스 새 정부의 움직임에 제동을 걸었다.

지난 88년 동안 3차례에 걸쳐 2천890억 유로의 천문학적인 돈을 국제채권단으로 지원받았던 그리스는 구제금융 체제에서는 작년 8월 벗어났으나, 재정지출과 구조개혁 등에 있어 여전히 채권단의 엄격한 감독을 받아야 하는 처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