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대표팀 동일임금 소송 내고 성소수자 인권 대변인 역할 자임
"男대표팀보다 많이 받아야" 주장도…펠로시, 의회로 선수들 초청

미국 여자축구 대표팀이 지난 7일(현지시간) 프랑스 여자월드컵에서 통산 4번째 우승이라는 쾌거를 거두면서 성평등이 미국 사회에서 화두가 되고 있다.

AP통신은 8일 선수들이 승리에 도취하지 않고 성평등을 위한 '아이콘'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자 대표팀이 지난 3월 8일 국제여성의 날을 맞아 미 축구협회가 남녀 대표팀의 임금 불균형 등 '조직적인 성차별'을 자행한다며 소송을 제기한 것을 계기로 선수들은 '직장에서의 성평등 철폐'를 위한 아이콘으로 부상했다.

코치와 일부 선수는 동성애자임을 당당히 밝혀 성 소수자 인권의 대변인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여기에 대표팀 주장인 메건 래피노(34)가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 초청한다면 거절하겠다고 공언하고, 다른 선수들도 지지 의사를 밝히며 이들의 행보가 다시 한번 화제가 됐다.

사회적 아이콘이 된 선수들은 경기장 밖에서의 역할을 부담스러워하기보다 기꺼이 포용하는 모양새다.

래피노는 지난 7일 결승전에서 네덜란드에 2대 0 승리를 거둔 뒤 "이 팀이 우리가 사는, 우리 주위의 세계를 바꾸는 중심에 있다고 느낀다.

그 자체가 엄청난 감정"이라고 말했다.

미국 여자축구 월드컵 우승에 '성평등' 화두 부상
월드컵 우승으로 이들의 목소리에는 더욱 힘이 실릴 전망이다.

각계각층 인사들이 우승을 축하하는 가운데 일각에선 이들이 남자선수와 동일한 임금이 아닌, 더 많이 받아야 마땅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인 유진 로빈슨은 기고문에서 "미국 여자축구 대표팀의 훌륭한 선수들은 남자 대표팀과 똑같은 액수가 아니라 훨씬 더 많이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스포츠가 온전히 실력주의에 기반을 둔다는 기준에서 볼 때 남자 대표팀은 지난 7일 골드컵 결승에서 멕시코에 1대0으로 패했으나, 여자 대표팀은 그로부터 불과 몇 시간 전 보는 사람의 숨을 멎게 하는 힘과 정확성으로 4번째 우승을 거뒀다며 이러한 논리를 펼쳤다.

팬들도 여자 대표팀에 지지를 보내고 있다.

프랑스 리옹에서 열린 여자월드컵 결승에서 미국이 우승컵을 거머쥐자 경기장에선 "동일 임금, 동일 임금"을 외치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미국 여자축구 월드컵 우승에 '성평등' 화두 부상
이제 시선은 트럼프 대통령이 과연 월드컵 우승컵을 차지한 이들을 백악관으로 초청할지에 쏠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트위터에 우승 여부와 관계없이 대표팀을 백악관에 초청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주장인 래피노가 백악관에 가지 않겠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온라인 설전을 벌인 것이 변수다.

ABC방송은 백악관에 초청 여부를 질의했으나 아무런 답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선수를 치며 트위터를 통해 선수들을 의회에 공개 초대했다.

펠로시 의장은 "용기와 단결, 애국심으로 승리한 대표팀을 축하한다"며 "감격스러운 승리를 거둔 선수들을 개인이나 팀으로 미 의회에 초대할 수 있어 기쁘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스포츠 선수들과 논쟁을 벌일 때 펠로시 의장이나 민주당 의원들이 그 틈에 끼어드는 것이 처음은 아니라고 ABC방송은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