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매체 "에르도안 대통령, 여당 행사서 밝혀"
금리인하 전망·통화정책 독립성 약화 우려에 리라 약세

"터키중앙은행장, 금리인하 거부로 교체…에르도안 직접 발언"
터키 중앙은행장이 갑작스레 교체된 것은 금리인하 요구에 저항한 탓이라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직접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이스탄불에서 열린 '정의개발당'(AKP) 의원·당직자 비공개 모임에서 무라트 체틴카야 중앙은행장을 해임한 이유를 금리 견해차로 밝혔다고 일간 휘리예트 등 터키 언론이 현장 참석자의 발언을 인용해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우리는 경제 관련 행사에서 그에게 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반복적으로 얘기했다"면서 "그는 필요한 일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금리를 내리면 물가상승이 억제될 것이라고 체틴카야 총재에게 얘기했다"며, 평소 자신의 독특한 금리관을 다시 드러냈다.

그는 "우리는 생각이 서로 달랐다"고 덧붙였다.

앞서 터키 정부는 임기가 9개월가량 남은 체틴카야 총재를 경질하고, 무라트 우이살 부총재를 그 자리에 임명했다고 관보에 게재했다.

터키 정부는 중앙은행 총재 교체 사유를 제시하지 않았지만, 터키 매체와 외신은 에르도안 대통령 정부와 체틴카야 총재가 금리를 놓고 갈등을 빚었다고 지적했다.

"터키중앙은행장, 금리인하 거부로 교체…에르도안 직접 발언"
터키는 지난해 8월 미국인 목사 투옥과 관세 갈등 등으로 대미 관계가 얼어붙으면서 리라 폭락사태를 겪었다.

이에 다음 달인 9월 중앙은행 통화정책위원회는 체틴카야 총재 주도로 기준금리를 6.25%포인트(p) 인상한 24%로 급격히 올렸다.

지난해 10월 말 기준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5%를 넘는 등 고물가가 이어지자 중앙은행은 리라 방어와 물가 관리를 위해 금리를 계속 동결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그러나 이같은 '고금리'에 공공연하게 불만을 토로했고, 경제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며 중앙은행에 압박을 가했다.

한 공개행사에서 "곧 금리 인하를 보게 될 것으로 믿는다"는 발언도 내놨다.

그는 평소 "금리는 만악(萬惡)의 부모"라거나 "고금리가 물가상승의 원인"이라는 독특한 경제관을 펼치기로 유명하다.

참석자가 언론에 전한 에르도안 대통령의 발언은 체틴카야 총재가 금리 문제로 경질됐다는 금융가의 추측과 일치한다.

중앙은행 총재 교체 후 처음 열린 이스탄불 외환시장에서 터키리라화는 금리인하 전망과 통화정책 독립성에 대한 우려 가운데 약세를 나타냈다.

이날 오전 장중 한때 리라화 가치는 주말보다 2% 넘게 하락, 1달러에 5.77리라대에 거래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