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자회동 성사될지도 관심
외교부는 7일 이 본부장이 9~12일 독일을 방문한다고 밝혔다. 이나 레펠 독일 외교부 아시아태평양 총국장과 한반도 문제와 관련한 협의를 할 예정이다. 같은 기간 베를린에 오는 비건 대표와 만나 한·미 수석대표 협의를 한다고 외교부는 설명했다. 미 국무부도 이날 “비건 대표가 8~9일 벨기에 브뤼셀을, 10~11일 베를린을 각각 방문한다”며 “유럽 당국자들 및 이 본부장과 만나 북한의 FFVD(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 달성을 위한 공동 노력을 진전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보도자료를 냈다.
이번 ‘베를린 협의’가 관심을 끄는 이유는 향후 미·북 ‘핵담판’ 무대와 관련이 있어서다. 베를린은 북한의 1차 핵실험 직전인 2007년 2월 13일에 당시 표류 중이던 북핵 6자 회담 재개를 선언한 곳이다. 이달 중순 재개될 미·북 실무협상도 베를린에서 열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가의 이목은 김명길 등장 여부에 쏠려 있다. 북한은 지난 2월 하노이 2차 미·북 정상회담 실패의 책임을 물어 김혁철 대미특별대표를 해임했다. 일각에선 처형설까지 나오고 있다. 김명길이 베를린에 올 경우 비건-이도훈-김명길 3자 회동이 이뤄질지도 관심사다. 비건 대표는 하노이 회담이 열리기 전인 1월 스웨덴에서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과 사흘간 ‘합숙 협상’을 벌였다. 이 본부장도 당시 논의에 참여했다.
현재 미국은 북한과 실무협상의 1차 목표로 ‘핵동결’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핵물질 생산 중단을 비롯해 모든 대량살상무기(WMD)를 동결하는 것이 협상의 ‘입구’라는 얘기다. 미·북은 하노이 회담 전 실무협상에서도 이 점을 논의했다. 당시 비건 대표는 동결 조치가 이뤄진다면 종전선언, 평양 연락사무소 개설 등 체제 안전을 위한 보장책을 제공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미·북 실무협상팀은 의제에 끝내 합의하지 못한 채 이 부분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담판’에 맡겼다.
비건 대표는 지난달 30일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의 판문점 전격 회동 후 대북 협상 의제와 관련해 “비핵화 전에는 제재 완화에 관심이 없다”면서도 대북 인도 지원과 연락사무소 설치 등을 상응 조치로 제시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긴급 식량·원유 등의 지원안이 나올 가능성도 높다. 한 외교 소식통은 “독일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이자 유럽연합(EU) 주요국”이라며 “대북제재를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북한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이 논의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