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6일(현지시간) 킴 대럭 주미 영국대사가 지난 2017년부터 최근까지 본국 외무부에 보낸 이런 내용의 이메일 보고서들을 입수해 보도했다.
대럭 대사는 보고서에서 "백악관은 유례없이 고장 난 상태"라며 "트럼프 대통령 치하에서 분열돼 있다"고 묘사했다.
그는 "이 행정부(트럼프 정부)가 더 정상적이고, 덜 예측불가능하고, 덜 분열되고, 외교적으로 덜 어설프며, 덜 서투르게 될 거라고 믿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백악관 내부에서 "피튀기는 내분과 혼돈이 있다는 언론 보도는 대부분 사실"이라며 이런 내분 양상을 "칼싸움 같다"고 표현했다.
지난 2016년 미 대선 당시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측의 공모 의혹과 관련해서는 "최악의 상황도 배제할 수는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경력이 불명예스럽게 끝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대럭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을 "실패한 인물로 인식해서는 안 된다"며 "재선을 향한 길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영국 국빈방문에 만족스러워하고 있다면서도 "이 나라는 여전히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의 땅"이라며 자국 중심주의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 개인에 관해서는 "그를 이해시키려면 요점을 단순하게 해야 하고, 직설적일 필요도 있다"고 조언했다.
대럭 대사는 또 지난달 22일 영국 외무부에 보낸 메모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150명의 사망자가 나올 것이라는 보고에 따라 이란에 대한 보복 타격을 취소했다고 설명한 데 대해 "정확하지 않다"고 언급했다.
이번 보고서 유출은 영국에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앞두고 차기 총리를 겸하는 보수당 당 대표 선거가 치러지는 민감한 시점에 이뤄진 것이라고 미 CNN 방송이 전했다.
유력 총리 후보인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은 테리사 메이 현 총리보다 트럼프 대통령과 훨씬 더 가까운 관계를 구축하려 할 것으로 보이지만, 트럼프 행정부를 폄훼하는 내용의 내부 보고서가 공개된 것이 두 나라 사이의 '특별한 동맹' 관계에 해를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영국 정부의 내부 인사가 '친(親) 브렉시트' 입장을 공공연히 밝혀온 대럭 대사를 워싱턴에서 몰아내려는 정치적 동기에서 일부러 보고서를 유출한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영국 외무부는 성명을 내 이번 보고서 유출이 "해로운 일"이라면서 "대사들의 견해가 반드시 장관 혹은 우리 정부의 견해인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대럭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 직후에도 정부에 보낸 기밀문건이 언론에 유출되는 바람에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지난 2016년 11월 대럭 대사가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무엇보다 아웃사이더이고, 실제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이라는 내용의 긴급 보고를 정부에 보낸 사실이 선데이 타임스에 보도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