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당국, 비정규직 계속 늘려놓고 임금·운용체계 고민은 부족
교육공무직 법제화 요구도 "정규직 반발 부담"에 난색
학교비정규직 파업 '역대 최대규모'…"매년 되풀이 막아야"
급식조리원·돌봄전담사 등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이 5일 마무리됐다.

이번 파업에는 사흘간 정부 추산 연인원 5만명이 참여해 학교 비정규직 파업상 역대 최대규모를 기록했다.

이번 파업은 미리 알렸던 탓에 '급식 대란' 같은 큰 혼란은 없었지만, 연례행사처럼 이어지는 파업에 학부모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교육 당국이 적극적인 해결책 마련에 나서 더는 반복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5일 교육부에 따르면 3일부터 사흘간 이어진 파업에 연인원 5만2천여명이 참여했다.

대체급식이나 단축 수업을 하는 등 급식을 중단한 학교는 최대 2천800여곳으로 집계됐다.

파업을 주도한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연대회의)는 정부 집계는 교육행정정보시스템(나이스)에 '파업'으로 표기한 인원 기준인 만큼 실제 파업 참가자는 이보다 훨씬 많은 연인원 약 10만명에 이른다고 주장한다.

어느 쪽 말이 맞든 이번 학교 비정규직 파업은 역대 최대·최장 규모다.

2017년 파업 때는 참가자가 정부 추산 이틀간 3만5천여명이 참여했다.
학교비정규직 파업 '역대 최대규모'…"매년 되풀이 막아야"
교육계는 교육 당국이 학교 비정규직을 늘리면서도 조직·운용 체계와 임금 수준에 대한 고민은 부족했던 것이 매년 파업 반복 사태를 불러온 한 원인으로 지적한다.

앞서 이명박 정부 때는 '영어 공교육 강화'를 내세우며 영어 강사를 늘렸고 박근혜 정부 때는 '학교 체육 활성화'를 강조하며 스포츠 강사를 늘렸다.

체계적인 고민 없이 비정규직을 늘리다 보니 현재 학교 비정규직 직종은 정부 공식 대분류로 15종이다.

노조 쪽에서는 세부직종으로 나누면 비정규직 직종이 100여종에 달한다고 주장한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는 총 15만1천여명으로, 공공부문 비정규직 42만명의 36%에 이른다.

그러나 영양사·사서·상담사 등 자격증이 있는 일부 직종을 제외하면 학교 비정규직 대부분은 월평균 164만2천원가량의 급여를 받고 있다는 것이 연대회의 주장이다.

이는 올해 최저임금을 월급으로 환산한 174만5천150원보다 부족한 수준이다.

이런 점을 들어 연대회의는 올해 임금협상에서 기본급 6.24%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부와 교육청은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만 급급한 모양새다.

교육청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교부할 때 총액인건비 비율을 교육부가 정해주기 때문에 학교 비정규직 임금을 갑자기 늘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교육부는 교육청이 이미 매년 총액인건비를 기준보다 30∼40% 초과해 집행하고 있으며, 편성과 집행은 교육감 권한에 맡겨져 있다고 반박한다.

한국교육개발원에서는 '교육부는 총액인건비 산정 및 교부방식을 개선해야 하고, 교육청은 조직·인력 운용에 대한 체계를 세워야 한다'고 매년 지적하고 있지만 제대로 된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학교비정규직 파업 '역대 최대규모'…"매년 되풀이 막아야"
연대회의의 또 다른 핵심 요구는 '공정임금제'다.

현재 공무원 최하위 직급의 60% 수준인 임금 수준을 80%까지 끌어올리는 것이다.

공정임금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사항으로, 정부의 국정과제이기도 하다.

이에 교육 당국은 "교육 부문 공정임금제는 '9급 공무원 80% 수준'으로 일괄적으로 시행할 문제가 아니라, 학교 비정규직 직군별로 적정한 급여 수준과 임금 체계를 연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미 교육부는 현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12월 학교 비정규직 임금·직무체계 개편방안 연구 용역을 맡긴 바 있다.

당시 연구를 수행한 한양대 산학협력단 임상훈 교수는 9급 공무원 임금의 90% 수준이나 정규직 교사의 80% 수준으로 학교 비정규직 임금 체계를 개편하는 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시했지만, 교육부는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학교 비정규직 파업이 연례행사처럼 치러지다 보니 교육 당국이 학생과 학부모들의 불편에 '불감증'이 생긴 게 아니냐는 불만이 나온다.

교육계에서는 정부와 선출직 교육감들이 교사 및 정규직 교직원의 반발을 부담스러워해 비정규직 처우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측면도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임용시험 등을 거쳐 임용된 교사와 일반직 공무원 중에는 이번 파업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상당했다.

교사노동조합연맹은 학교 비정규직이 차별에 시달린다는 보도가 나가자 "교사 전체를 '갑질'이나 하는 몰상식한 집단처럼 모독하지 말라"며 비판 성명을 내기도 했다.
학교비정규직 파업 '역대 최대규모'…"매년 되풀이 막아야"
학교 비정규직 측은 문제 해결을 위해 '교육공무직'을 초·중등교육법상에 법제화해 법적 지위를 인정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의원 시절 학교 비정규직 차별을 해소하겠다며 '교육공무직법'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교육당국은 교육공무직 법제화에 대해서는 "지방자치와 교육자치를 위해 현행처럼 시·도 교육청 조례로 규정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부정적인 입장이다.

이처럼 임금 인상부터 직위 법제화까지 비정규직과 당국 간 견해차가 큰 만큼 이달 9∼10일 예정된 추가 교섭도 난항이 예상된다.

교사 단체들도 여러 의견을 내놓고 있다.

교사노조연맹은 학교 공무원과 비정규직 사이 업무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공식적인 협의기구부터 제도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교원·직원의 대표단인 '교직원평의회'가 업무에 관해 학교장과 조율하는 독일의 제도를 들여오자는 것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학교를 노동조합법상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해 쟁의 행위를 제한해야 한다"고 교육 당국에 공식 건의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