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당국 지급보증 승인 없는 1천600억원대 어음 증권사에 판매
자본시장법 양벌 규정따라 한화·이베스트 증권사도 기소
중국 기업에서 뒷돈을 받고 사실상 '깡통 어음'을 국내에 유통한 혐의를 받는 증권사 직원들이 경찰 수사를 거쳐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겨졌다.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5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및 수재)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위계의 사용) 혐의로 한화투자증권 직원 A씨와 이베스트투자증권 직원 B씨를 기소의견으로 전날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두 사람의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이 중 A씨는 지난달 28일 구속됐다.

두 사람은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CERCG)의 역외 자회사인 CERCG캐피탈의 회사채를 기초자산으로 한 어음(ABCP) 약 1천646억원어치를 국내 증권사들에 판매하면서 CERCG로부터 뒷돈 52만5천 달러(약 6억원)를 받아 나눠 가진 혐의를 받는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5월 한화투자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은 현대차증권 등 국내 6개 증권사에 총 1천600억원대 ABCP를 팔았다.

이 ABCP는 한화투자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이 함께 세운 특수목적회사가 발행한 것으로, CERCG캐피탈이 발행한 1억5천만 달러 규모의 회사채를 담보로 한다.

지난해 11월 어음 만기가 돌아왔지만 CERCG캐피탈은 원리금을 돌려주지 못해 부도가 났다.

이럴 경우 본사인 CERCG가 지급보증을 통해 대신 갚아준다.

그러나 이 회사채는 역외 자회사를 통해 발행된 만큼 중국외환국(SAFE)의 지급보증 승인이 필요한데, 승인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발행됐다.

중국은 자본 유출입을 철저히 통제하기 때문에 SAFE의 승인 없이는 중국 밖으로 돈이 빠져나갈 수 없다.

결국 지급보증은 이뤄지지 않았고 어음에 투자한 증권사들은 큰 손해를 보게 됐다.

경찰은 A씨와 B씨가 처음부터 이 회사채에 SAFE의 지급보증 승인이 나지 않아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뒷돈을 받고 이를 인수한 뒤 지급보증 승인이 나지 않을 사실을 알리지 않고 어음을 무리하게 유통시켰다고 봤다.

경찰은 또 양벌규정에 따라 자본시장법 위반(부정거래 행위 금지) 혐의로 A씨와 B씨가 속한 한화증권과 이베스트증권도 검찰에 송치했다.

이에 대해 한화투자증권은 "SAFE 등록은 사후 등록으로 회사채 발행 후 등록을 신청했으나 CERCG에 유동성 문제가 발생해 승인이 유보된 것"이라며 "신용평가회사도 CERCG 회사채와 ABCP에 투자적격등급을 부여하는 등 정상적으로 진행된 거래"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