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철을 앞두고 환전 고객을 잡으려는 은행들의 발걸음이 분주해졌다. 수수료를 거의 부과하지 않거나 외화를 직접 배달해주기도 하는 등 혜택도 커졌다. 토스 등 핀테크(금융기술) 업체들이 주도한 환전 수수료 인하 바람이 은행권으로 번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모바일은 하나, 인천공항은 우리

국민銀, 집으로 외화 배달…공항선 우리銀 '유리'
4일 은행권에 따르면 가장 저렴하게 환전할 수 있는 방법은 은행별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을 통하는 것이다. 통상 일반적인 환율과 외화를 살 때의 환율은 다르게 적용된다. 환전을 해주는 은행이 환전 수수료(은행별 1.5~1.9%) 등을 반영해 가격을 다르게 책정하기 ?문이다.

은행들은 여름철에 한해 각각 80~100%의 환율 우대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 환율 우대를 100% 받는다는 건 고시된 환율대로 외화를 살 수 있다는 뜻이다.

최대 100%를 받을 수 있는 은행은 KEB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이다. KEB하나은행은 다음달 31일까지 하나멤버스 앱을 깔고 환전 지갑 서비스를 최초 사용한 고객에 한해 최대 90%의 환율 우대를 해 준다. 나머지 10%는 사이버머니처럼 사용할 수 있는 ‘하나머니’로 적립해 준다. 사실상 100%의 우대를 받는 셈이다. 우리은행은 삼성페이를 통해 우리은행 통장과 체크카드를 새로 발급한 고객에게 최초 1회 환전 수수료를 전액 면제한다.

다른 은행들도 90% 안팎의 높은 우대율을 적용한다. 국민은행은 앱 ‘리브’를 통해 환전을 신청하면 달러·엔·유로화에 대해 90% 환율 우대를 해 준다. 앱에 새로 가입하고 외화 배달 서비스를 신청한 고객에게 최초 1회에 한해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모바일에서 환전을 신청하고 환전한 금액을 공항에서 찾을 필요 없이 원하는 장소에서 실물을 직접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 위비뱅크 앱과 신한은행의 쏠(SOL) 앱, 기업은행의 아이원뱅크 앱에서도 최대 90%의 환율 우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토스 등 핀테크 업체 영향

모바일에서 미리 하지 않고 공항에서 직접 환전한다면 수수료 부담이 커진다. 통상 1%대인 환전 수수료가 4%대로 훌쩍 뛰기 때문이다. 인천공항의 환전 수수료(달러 기준)는 우리은행이 4.06%로 가장 낮다. 이어 신한은행(4.15%), KEB하나은행(4.20%) 순이다.

은행들이 모바일을 중심으로 환전 혜택을 늘리는 이유는 뭘까. 핀테크 업체들이 업계의 수수료 관행을 깨면서라는 분석이 많다. 토스, 페이코 등 신생 핀테크업체들은 저렴한 수수료를 무기로 외환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토스는 프리미엄 서비스인 토스 프라임 고객을 대상으로 상시적으로 환율 100% 우대 서비스를 제공한다.

정부는 지난달 외국환거래법을 개정해 핀테크 업체의 업무 영역을 넓혔다. 비금융회사 외국환업무 범위에 전자화폐, 선불전자지급수단 발행 및 관리업이 추가됐다. 카카오페이 등 간편결제 서비스에 선불 충전만 하면 환전하지 않아도 해외에서 돈처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간편결제업체 관계자는 “해외 출국 전에 반드시 은행에서 환전해야 한다고 생각하던 고정관념이 깨지면서 은행들의 발걸음이 분주해졌다”며 “고객으로선 혜택을 주는 업체가 많아진 만큼 환전 시 편의가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