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장관 "민간인 1명 탈출"…잠수함 이름도 미공개
언론 "수심 2,500m 접근 가능한 첩보 잠수함"

화재로 14명이 숨진 러시아 잠수함의 탑승자 일부는 생존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선박이 '첩보용 핵 추진 잠수함'이라는 미확인 보도에도 러시아 정부는 정보 공개를 거부하며 함구했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3일(모스크바 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취재진을 만나 "승조원 14명이 숨졌고, 나머지는 구조됐다"고 밝힌 것으로 AFP통신 등이 전했다.

쇼이구 장관은 생존자가 있다면서도 몇 명이 살아남았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앞서 전날 러시아 국방부는 이달 1일 러시아 해역에서 해저 연구를 수행하던 '연구용 심해 잠수정'에서 불이 났고 승조원 14명이 연기를 들이마셔 숨졌다고 발표했다.

쇼이구 장관에 따르면 잠수정은 '군의 특수한 전문가'들을 태우고 러시아와 노르웨이의 북쪽 바다인 바렌츠해(海)에서 해양에 관한 중요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었다.

장관은 승조원들이 유독성 연기를 차단하기 위해 해치를 닫는 등 영웅적으로 행동한 덕분에 '업계 대표'인 한 민간인이 탈출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쇼이구 장관은 "승조원은 선체를 구하고자 최후의 순간까지 사투를 벌였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정부는 '연구 잠수정'이라는 것 외에 선박과 사고 정보를 철저히 감췄다.

러시아 당국은 잠수정을 북부 세베로모르스크 기지로 이동시켜 원인 등을 조사하고 있다.

러시아 대통령실인 크렘린궁의 대변인 드미트리 페스코프는 "관련 정보를 전적으로 공개할 수는 없다"며 정보 공개를 기피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이것은 국가 기밀에 속하는 정보"라며 "이런 정보를 비공개로 처리하는 것은 극히 정상적이며 (중략) 합법적"이라고 강조했다.

노바야가제타 등 일부 러시아 매체와 외신은 불이 난 잠수정이 핵 추진 소형 잠수함 'AS-12'(북대서양조약기구 명칭 NORSUB-5)라고 보도했다.

'로샤리크'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AS-12 잠수함은 외형과 제원 등이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과거 러시아 보도를 보면 로샤리크는 2003년 진수했으며, 2012년에는 북극해에서 러시아의 영유권을 주장하기 위한 해저 연구에 투입됐다.

당시 공식 발표에 따르면 로샤리크는 북극해 수심 2천500m에서 검체를 채취했다.

일반적인 잠수함의 최대 잠수 수심은 600m 정도다.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일부 외신은 로샤리크가 '첩보용' 심해 잠수정으로서, 해저에서 통신 케이블을 도청하거나 절단하는 작전을 수행한다는 의심을 받는다고 보도했다.

전날 푸틴 대통령은 외부 일정을 취소하고 쇼이구 장관을 만나 직접 세베로모르스크로 가서 보고를 받고 조사단을 지휘하라고 지시했다.

푸틴 대통령도 "이는 그냥 선박이 아니라, 알다시피, 과학연구 선박이며, 승조원들은 고도의 전문가들"이라고 언급했을 뿐 잠수정의 이름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는 "해군과 군 전체에 큰 손실"이라며 "희생자의 유족에게 깊은 조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