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임호선 경찰청 차장 유임이 가장 눈에 띈다.
민갑룡 경찰청장을 보좌해 수사권 조정과 정보 경찰개혁 등 개혁과제를 차질 없이 이어가기 위한 선택으로 보인다.
임 차장이 경찰청 차장에 오른 것은 지난해 7월 민갑룡 청장 취임 직후다.
치안정감은 계급정년이 없으나 1년 이상 재직하는 경우가 드물어 임 차장이 이번에 지방경찰청장으로 발령되지 않으면 옷을 벗을지 모른다는 관측이 나왔다.
게다가 임 차장은 민갑룡 청장 취임 이후 차장으로 보임된 뒤 이미 한 차례 유임된 전력이 있어 또다시 차장 자리에 머무르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정부의 선택은 유임이었다.
임 차장은 민 청장과 이력이 닮은 기획통이다.
경찰청 혁신기획단, 쇄신기획단 태스크포스(TF), 새경찰추진단장 등 TF 성격의 기획부서를 연달아 거쳤다.
실제로 기획통으로 손색이 없을 정도로 아이디어가 많고 실행력이 강한 스타일이다.
현 정부 들어서는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에 종종 경찰청을 대표해 출석하고, 수사권 조정 관련 업무와 각종 경찰개혁 과제를 진두지휘하는 중책을 맡았다.
경찰 조직 1인자인 청장과 2인자인 차장 체제를 그대로 유지한 것은 문재인 정부의 인권 중심 국정철학이 반영된 치안정책을 기획하고 수사권 조정을 마무리하라는 포석이라는 게 경찰 안팎의 분석이다.
수도 서울 치안을 새로 책임지게 된 서울지방경찰청장 인사도 두드러진다.
이용표 신임 서울청장 내정자가 경남지방경찰청장 재직 당시 경남청에서 진행한 수사와 관련해 야당인 자유한국당의 반발이 나올 수 때문이다.
한국당은 경남청이 작년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국당 후보로 출마하는 송도근 사천시장을 표적 수사했고, 나동연 양산시장 후보·조진래 창원시장 후보(전 한국당 의원)와 관련한 피의사실을 공표했다며 같은 해 4월 이용표 당시 경남청장을 직권남용과 경찰공무원법·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그해 11월 이 청장을 무혐의 처분했지만, 창원시장 후보였던 조진래 전 의원은 채용 비리 의혹으로 검·경 수사를 받다 극단적 선택을 해 한국당이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이번 경찰 치안정감 인사는 총 6자리 중 4자리가 바뀌어 대폭 인사로 평가된다.
그간 균형을 맞춰왔던 경찰대와 간부후보 출신의 입직경로 배분이 깨진 것도 특징이다.
이번 인사 직전까지 치안정감 6명의 입직경로는 경찰대와 간부후보 각 3명이었다.
일반(순경)이나 고시 특채 출신이 포함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그러나 이번 인사로 경찰대 출신 4명·간부후보 출신 2명 구도가 됐다.
임호선 차장(2기)을 비롯해 이용표 서울경찰청장(3기), 배용주 경기남부경찰청장(2기), 김창룡 부산경찰청장(4기)이 경찰대를 졸업했다.
간부후보 출신은 이준섭 경찰대학장(36기)과 이상로 인천경찰청장(37기)이다.
지역별로는 영남 3명(이용표·이준섭·김창룡), 충청 2명(임호선·이상로), 호남 1명(배용주)으로 배분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