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문판도 회담 뜻하는 'talks' 사용…정상회담 의미 'summit' 안 써

북한 매체들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간 판문점 회동을 '회담'이라고 표현해 눈길을 끈다.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은 1일 전날 판문점 비무장지대(DMZ)에서 열린 북미 회동 소식을 전하며 "조미(북미) 최고수뇌분들의 단독환담과 회담이 진행되었다"고 소개했다.

중앙통신 영문판도 같은 내용을 전하면서 단독환담은 'one-on-one chat'으로, 회담은 사전적으로 회담을 의미하는 'talks'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그러면서 이 '회담' 자리에 리용호 외무상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배석했다고 덧붙였다.

양 정상이 판문점 남측 자유의집 2층 귀빈실에서 취재진 앞에서 인사말을 주고받은 것을 '단독환담'으로, 이어 리 외무상과 폼페이오 장관만 배석한 채 50분가량 진행된 비공개 회동을 '회담'으로 규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전날 회동이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계정 하나에서 촉발돼 약 32시간 만에 전격 성사돼 소위 '번개 회동'에 가까운 측면이 있지만, 협상 교착 국면에서 이뤄진 이번 대화에 그만큼 적지 않은 의미를 부각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정식 회담이 아니었음에도 비공개 회동이 예상을 깨고 50분가량 비교적 오래 진행된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비공개 회동 결과를 전하는 북한 매체들의 표현에서도 이런 기류가 읽힌다.

통신은 회동 결과 "조선반도(한반도) 비핵화와 조미(북미)관계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열어나가기 위한 생산적인 대화들을 재개하고 적극 추진해나가기로 합의했다"며 "(양 정상은) 회담 결과에 커다란 만족을 표시했다"고 전했다.

다만 매체들은 이번 회동이 외교적으로 치밀한 의제조율을 거치는 등 정상회담 격식과 의전을 갖추지 않은 점을 의식한 듯 통상 정상회담을 표현할 때 사용하는 영어 단어(summit)는 사용하지 않았다.

앞서 1, 2차 북미 정상회담 및 북러 정상회담 등은 'summit talks', 'summit meeting'이란 표현 등을 사용한 바 있다.
北매체, 북미 판문점 회동 '회담' 표현…의미 부각 의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