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13년 만에 우승 이원준 "아버지와 아내에 감사"
"아버지, 감사합니다.

"
30일 경남 양산 에이원 컨트리클럽(파70)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KPGA 선수권대회에서 프로 데뷔 13년 만에 처음 우승한 호주 교포 이원준(34)은 우승 소감을 묻자 눈시울을 붉히며 떨리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이원준의 부친 이찬선(63) 씨는 호주에서 가게를 하면서 억척스럽게 아들을 뒷바라지했다.

이원준은 "새벽 4시에 일어나셔서 저녁 10시까지 일과 내 뒷바라지를 하셨다"고 말했다.

이원준은 또 지난해 결혼한 아내 이유진(31) 씨에게도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이유진 씨는 임신 6개월의 몸으로 대회 기간 내내 이원준을 응원했다.

발레리나 출신인 이 씨는 저녁마다 스트레칭과 마사지로 남편의 몸을 풀어줬다.

이원준은 "우승이 이렇게 힘들지 몰랐다"고 그동안 마음고생을 솔직히 털어놨다.

주니어 시절 '골프 신동'으로 불렸던 그였지만 프로 전향 이후엔 손목 연골 마모와 허리 디스크 등 부상에 시달리느라 꽃을 피우지 못했다.

우승 한번 없이 잊혀가던 그는 "13년 동안은 내게 큰 가르침이었다"고 말했다.

"우승 기회도 많이 놓쳤고,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많이 먹어봤고 마음을 고쳐먹고 일어서려고 노력도 많이 해봤다"고 이원준은 설명했다.

이원준은 "이번 우승 한 번으로는 그동안 한이 풀리지는 않는다"면서 "더 많이 우승하고 싶다"고 의욕을 보였다.

최종 라운드에서 이원준은 5타차 리드를 다 날리고 연장전까지 끌려들어 갔다가 기사회생했다.

이원준은 "긴장 않으려 했는데 얼굴 표정에서 다 보였다"면서 "5타차가 큰 게 아니더라"며 웃었다.

5번 홀 더블보기 이후에도 "아직은 여유가 있다"고 자신을 다독였지만 13번 홀(파5)에서 80㎝ 파퍼트를 놓치면서 압박감을 받기 시작했다고 털어놨다.

17번 홀(파3) 파퍼트를 짧게 쳐 1타를 잃은 것 역시 압박감 탓이었다.

18번 홀(파4)에서 티샷을 오른쪽 해저드에 빠트려 역전패를 당할 뻔한 그는 반쯤 물에 잠긴 공을 쳐내 그린 근처까지 보냈고 3m 파퍼트를 집어넣었다.

이원준은 "마침 프로암 때도 티샷이 비슷한 곳으로 가서 물에 반쯤 잠긴 볼을 쳐 그린에 올렸다.

한번 해봤던 게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연장전에서도 비슷한 거리의 버디 퍼트를 넣은 이원준은 "우여곡절이 있었으나 캐디와 끝까지 '기회는 있다'는 말을 주고받았다"면서 "연장전에서 우승 퍼트를 넣고 나니 안도감이 저절로 들더라. 집이 있는 인천 청라까지 5시간 운전이 즐거울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다음 달 4일부터 주 무대인 일본프로골프투어 대회에 출전하는 이원준은 "항상 걱정하면서 플레이를 했다.

그동안 내 플레이를 못 했기에 우승을 못 했다"면서 "이번 우승으로 일본에서도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서른이 훌쩍 넘었지만 "여전히 PGA투어 진출의 꿈을 버리지 않았다"는 이원준은 "팬들 뇌리에 남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