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사람들 인생살이, 껍질 벗기듯 파고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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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희 장편소설 '상냥한 사람' 출간
소설가 윤성희(사진)가 세 번째 장편소설 《상냥한 사람》을 지난 28일 출간했다. 보통 사람들이 일상에서 느끼는 기쁨과 슬픔을 담담하게 풀어냈던 작가는 이번에도 실제로 존재하는 듯한 우리 주변 사람들 이야기를 촘촘하게 엮어냈다.
소설은 인기 드라마 ‘형구네 고물상’에서 아역 배우 ‘진구’를 맡았던 형민의 어린 시절에서 시작한다. 큰 인기를 누렸지만 본명 대신 ‘진구’로만 불리는 것이 달갑지 않았던 형민은 어릴 때 이미지에서 벗어나 평범한 삶을 살고 싶어 한다. 아역 배우를 발판으로 연기하고 싶었지만 오디션에 낙방하고, 회사원이 된 그는 딸을 낳고 가족을 이룬다. 하지만 삶이 순탄치 않다. 아내와 이혼하고, 아내는 결국 세상을 떠난다. 38년이 흘러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한 형민은 잊고 살았던 ‘진구의 삶을 다시금 기억 속에서 소환한다. 방송이 진행될수록 그의 마음엔 불행했던 과거 기억들이 떠오르고, 변명 같은 대답을 반복하던 형민은 녹화 중 자리를 박차고 나간다.
기승전결이라는 이야기 구조가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 대신 형민과 그를 인터뷰하는 사회자, 형민의 아내와 딸, 하숙집 형들과 딸의 친구들, 직장동료들 등 다양한 삶의 궤적이 껍질을 까듯 하나씩 조명된다. 형민의 삶을 중심에 놓고 그가 기억해낸 많은 사람의 이야기가 가지 치듯 뻗어 나가다가 어느 순간 다시 형민의 기억 속으로 들어와 뭉쳐진다. 평소 상냥한 아저씨와 친절한 직장상사로 살던 형민은 딸과 친구들이 저지른 잘못 앞에선 ‘그래도 내 딸은 좀 낫지’라고 생각하는 이기적인 아빠, 아내 앞에선 상처만 주는 우유부단한 남편이 된다. 이를 통해 작가는 ‘인간은 항상 나쁜 사람이나 항상 좋은 사람이 아니라 그저 하루하루 삶을 살아내는 존재일 뿐’이라고 넌지시 말한다.
윤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인간이라는 존재는 어느 정도의 슬픔을 견딜 수 있는지 소설을 쓰는 동안 거듭 물었다”고 말했다. 각각 크고 작은 사연 속에서 작가는 “삶은 누구나 그 크기와 강도가 다르지만 작은 행복과 실패가 반복되고 또 기쁨과 슬픔이 섞인 것”임을 보여준다. 소설 마지막에서 형민은 어정쩡했고 뭔가 실패한 것만 같은 지금을 되돌아보며 기억에서 지웠던, 어린 시절 진구로서 살았던 첫 번째 삶을 그리워한다. 작가가 주머니 속에 수년 동안 담아뒀다 용기를 내 꺼냈다는 이야기들은 독자에게 스스로 자신의 삶을 온전히 들여다보고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 용기가 있는지 묻는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소설은 인기 드라마 ‘형구네 고물상’에서 아역 배우 ‘진구’를 맡았던 형민의 어린 시절에서 시작한다. 큰 인기를 누렸지만 본명 대신 ‘진구’로만 불리는 것이 달갑지 않았던 형민은 어릴 때 이미지에서 벗어나 평범한 삶을 살고 싶어 한다. 아역 배우를 발판으로 연기하고 싶었지만 오디션에 낙방하고, 회사원이 된 그는 딸을 낳고 가족을 이룬다. 하지만 삶이 순탄치 않다. 아내와 이혼하고, 아내는 결국 세상을 떠난다. 38년이 흘러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한 형민은 잊고 살았던 ‘진구의 삶을 다시금 기억 속에서 소환한다. 방송이 진행될수록 그의 마음엔 불행했던 과거 기억들이 떠오르고, 변명 같은 대답을 반복하던 형민은 녹화 중 자리를 박차고 나간다.
기승전결이라는 이야기 구조가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 대신 형민과 그를 인터뷰하는 사회자, 형민의 아내와 딸, 하숙집 형들과 딸의 친구들, 직장동료들 등 다양한 삶의 궤적이 껍질을 까듯 하나씩 조명된다. 형민의 삶을 중심에 놓고 그가 기억해낸 많은 사람의 이야기가 가지 치듯 뻗어 나가다가 어느 순간 다시 형민의 기억 속으로 들어와 뭉쳐진다. 평소 상냥한 아저씨와 친절한 직장상사로 살던 형민은 딸과 친구들이 저지른 잘못 앞에선 ‘그래도 내 딸은 좀 낫지’라고 생각하는 이기적인 아빠, 아내 앞에선 상처만 주는 우유부단한 남편이 된다. 이를 통해 작가는 ‘인간은 항상 나쁜 사람이나 항상 좋은 사람이 아니라 그저 하루하루 삶을 살아내는 존재일 뿐’이라고 넌지시 말한다.
윤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인간이라는 존재는 어느 정도의 슬픔을 견딜 수 있는지 소설을 쓰는 동안 거듭 물었다”고 말했다. 각각 크고 작은 사연 속에서 작가는 “삶은 누구나 그 크기와 강도가 다르지만 작은 행복과 실패가 반복되고 또 기쁨과 슬픔이 섞인 것”임을 보여준다. 소설 마지막에서 형민은 어정쩡했고 뭔가 실패한 것만 같은 지금을 되돌아보며 기억에서 지웠던, 어린 시절 진구로서 살았던 첫 번째 삶을 그리워한다. 작가가 주머니 속에 수년 동안 담아뒀다 용기를 내 꺼냈다는 이야기들은 독자에게 스스로 자신의 삶을 온전히 들여다보고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 용기가 있는지 묻는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