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존스 홉킨스 대학 연구진, '장 to 뇌 이동' 가설 처음 입증
파킨슨병은 뇌 신경세포(뉴런)의 사멸로 운동, 사고, 감정조절 등 기능에 이상이 생기는 질환이다.

하지만 이렇다 할 치료법은 개발된 게 없다.

파킨슨병이 장에서 유래한다는 가설이 제기된 건 10년이 훨씬 넘었다.

마침내 이 가설이 과학자들의 실험을 통해 사실로 입증됐다.

원인 물질로 알려진 변이 단백질이, 장에서부터 신경을 타고 뇌까지 올라온다는 사실이 동물 실험에서 처음 확인된 것이다.

이 이동 경로를 차단하면 파킨슨병 치료법 개발의 돌파구가 열릴 거라는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 존스 홉킨스대 의대의 테드 도슨 신경학 교수팀은 이런 내용의 연구보고서를 저널 '뉴런(Neuron)' 최근호에 발표했다.

26일(현지시간) 온라인(링크 [http://www.eurekalert.org/pub_releases/2019-06/jhm-nrs061819.php])에 공개된 연구개요에 따르면 파킨슨병의 특징 중 하나는, 변이를 일으켜 불안정하게 접힌 알파-시누클레인(alpha-synuclein) 단백질이 뇌 조직에 쌓이는 것이다.

뉴런의 끝(시냅스 전 말단)에서 많이 발견되는 알파-시누클레인은 시냅스 소포체 공급과 도파민 방출 등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잘못 접힌 알파-시누클레인이 뇌에 쌓이면 리보솜이 단백질을 제대로 분해하지 못해 뉴런이 집단사멸하고, 이어 파킨슨병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이 진행된다.

독일의 신경해부학자 하이코 브라크는 2003년, 파킨슨병이 신경을 타고 장에서 뇌로 올라온다는 가설을 제기했다.

이에 앞서 그는 파킨슨병 환자의 중추신경계 일부에 변이한 알파-시누클레인이 쌓여 있는 걸 발견했다.

그 후 이 가설을 암시적으로 뒷받침하는 증거들이 하나둘 발견되면서 과학자들의 관심은, 어떻게 단백질이 미주신경(vagus nerve)을 타고 이동할 수 있는지에 쏠렸다.

미주신경은 위장부터 대뇌 밑까지 전선처럼 연결된 신경 다발을 말한다.

이번에 도슨 교수팀은, 불안정하게 접힌 알파-시누클레인 25㎍(1㎍ = 100만분의 1g)을 합성해 건강한 생쥐 수십 마리의 장에 주입했다.

그러고 나서 각각 1개월, 3개월, 7개월, 10개월 후에 생쥐의 뇌 조직 샘플을 분석했다.

그 결과 이 단백질은 미주신경이 장과 연결되는 부위부터 쌓이기 시작해, 계속해서 뇌 전체로 퍼져 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미주신경을 절제한 생쥐들은, 알파-시누클레인을 장에 주입하고 7개월이 지나도, 신경세포의 사멸 징후가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미주신경의 절제로 단백질이 뇌로 이동하는 경로가 막혔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결론은, 장에서 변이를 일으킨 알파-시누클레인 단백질이 미주신경을 타고 뇌로 이동하는 게 가능하며, 이 경로를 차단하면 파킨슨병의 여러 증상을 방지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도슨 교수는 "파킨슨병의 진행 과정에 조기 개입할 수 있는 타깃을 제공한, 흥미로운 결과였다"고 자평했다.

연구팀의 다음 목표는, 구체적으로 미주신경의 어떤 부분을 통해 단백질이 이동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이 경로를 차단할 수 있는지 밝혀내는 것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