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홀로 귀가하거나 홀로 사는 여성이 범행 대상
경찰 "순찰·CCTV 설치 강화"…여성단체 "여성 차별 문화 바꿔야"
광주서 여성 혼자 사는 원룸 또 침입시도…불안한 여성들
혼자 사는 여성을 뒤따라가 집에 침입하려 한 이른바 '신림동 강간미수' 사건으로 여성들의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광주에서도 혼자 사는 여성을 노린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며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광주 서부경찰서는 혼자 사는 여성의 집을 침입하려 한 혐의(주거침입미수)로 유모(26)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27일 밝혔다.

유씨는 전날 오전 3시 45분께 광주 서구 한 원룸에서 20대 여성 A씨가 혼자 사는 집을 침입하려 한 혐의다.

유씨는 2층에 사는 피해자의 집 창문으로 침입하기 위해 주차장 구조물을 타고 올라갔다.

인기척을 느끼고 잠에서 깬 여성이 소리를 지르자 유씨는 도주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폐쇄회로(CC)TV 분석 등을 통해 도주로를 추적한 결과 유씨는 같은 원룸에 사는 거주민인 것으로 드러났다.

유씨는 피해 여성이 혼자 사는 것을 알고 이러한 일을 벌였다.

유씨는 "개인적인 일로 술을 많이 마시고 피해 여성과 대화를 하고 싶어 침입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유씨를 상대로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이다.

경찰은 또 홀로 귀가하던 여성이 성추행을 당했다는 신고를 접수하고 수사에 나섰다.

광주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6일 오후 10시 15분께 광주 서구 금호동 거리에서 신원을 알 수 없는 남성이 홀로 귀가하고 있던 20대 여성의 손을 만지고 도주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 등 분석을 통해 이 남성을 추적하고 있다.

앞서 광주 서부경찰서는 혼자 사는 여성을 뒤따라가 집으로 침입하려 한 혐의(주거침입)로 김모(39)씨를 구속했다.

김씨는 지난 18일 광주 서구 한 오피스텔 앞에서 술에 취한 여성을 따라가 집으로 들여보내달라고 요구한 혐의다.

그는 술에 취해 건물 입구에 앉아있는 피해자를 약 15분간 지켜보며 범행 대상으로 삼은 것으로 조사됐다.

광주 남부경찰서도 복도에서 마주친 여성의 향수 냄새가 좋다며 현관문 앞에서 수상한 행동을 한 혐의(주거침입)로 B(28)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B씨는 지난 25일 광주 남구 한 아파트에서 30대 여성이 집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본 뒤 현관 도어락을 만지거나 냄새를 맡은 혐의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향수 냄새가 좋아 냄새를 맡아본 것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경찰은 성범죄 의도가 있었는지를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홀로 사는 여성을 상대로 한 범죄가 잇따르고 있는 만큼 순찰을 강화할 예정"이라며 "지자체 협조를 받아 우범지역이나 사각지대에 CCTV를 확충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여성단체는 이러한 대책과 함께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광주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김미리내 활동가는 "여성들이 가장 불안을 느끼는 장소가 원룸과 오피스텔 등 주거지"라며 "누구나 경비원이 있는 안전한 주거 시설에서 살고 싶지만 목돈이 없는 20~30대 여성들은 불안해도 어쩔 수 없이 원룸 등에서 지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혼부부나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주거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처럼 정책적으로 홀로 사는 여성들을 지원하는 주거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여성들이 범죄의 타깃이 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여성을 차별하는 사회·문화적인 요소가 누적된 결과"라며 "가로등을 밝히거나 CCTV를 확충하는 방식도 유의미하겠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사회·문화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