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가격이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는 등 랠리를 이어가면서 중고 장신구 시장이 때아닌 활황을 겪고 있다. 최근 몇 년 간 횡보하던 금값이 갑작스런 급등세를 보이면서 장롱 안에서 잠자고 있던 금제품들이 시장에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26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의 금 중개업체인 엠파이어골드는 최근 들어 지난 2011년 이후 가장 큰 거래량을 기록하는 등 호황을 맞고 있다. 또 다른 업체인 칸에스테이트는 이번 주 들어 거래량이 지난 주와 대비해 50% 가까이 증가했다. 엠파이어골드의 진 퍼먼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기회를 이용해 현금을 모으려는 사람들이 금을 내다팔기 시작했다”고 했다.

금과 관련된 파생 상품 거래량도 크게 늘고 있다. 미국에서는 금에 연동된 상장지수펀드(ETF)에 이달 들어서만 49억달러(약 5조7000억원)가량의 자본이 신규 유입됐다. 특히 세계 최대 금 상장지수펀드(ETF)인 스탠더드앤드푸어 500종합지수 위탁증권(SPDR) 골드 셰어즈 ETF의 금 보유량은 지난 4일 하루에만 16.44t이 몰리며, 일일 기준으로는 2016년 7월 이후 3년 만에 최대 유입액을 기록했다.

금 가격은 올 들어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의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26일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거래중인 8월 인도분 금값은 전일 대비 0.59% 오른 온스당 1427.2달러로 거래를 시작했다. 8월 인도분 금값은 지난 21일 온스당 1400.1달러를 돌파한 뒤 상승세를 이어 가고 있다. 국제 금값이 1400달러를 넘어선 것은 6년만이다.

올해 초 세계경제 둔화로 각국 중앙은행들이 금리인하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파진 것이 금값을 끌어올리고 있다. 금 가격은 지난 5년간 1200~1350달러 사이를 오가며 박스권에 갇혀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올 1월 미국 중앙은행(Fed)이 금리 인하를 처음 시사하면서 금값이 상승세를 달리기 시작했다. 이달 들어서는 미ㆍ중 무역분쟁이 심화하고 미국과 이란 간 중동 지역에서의 분쟁이 격화하면서 글로벌 투자자들이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금으로 몰려드는 양상이 심화됐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