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국 5G·슈퍼컴퓨터 분야 압박 속 기술발전 의지 여전
中 류허 부총리 "과학기술 조용히 개발하라"…美 자극 우려
류허(劉鶴) 중국 국무원 부총리가 과학기술계에 핵심 연구를 떠들썩하지 않게 '조용히' 진척시키라는 지침을 내렸다.

류 부총리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핵심 경제 참모로서 미중 무역협상의 중국 측 책임자이기도 하다.

중국과학원은 지난 24일 밤 홈페이지에서 류 부총리가 최근 왕즈강(王志剛) 과학기술부장 등 관리들을 대동하고 방문해 과학기술계가 견실, 집중, 로키의 업무 자세를 가지면서 중요 연구 성과를 내 핵심 과학기술 영역에서 돌파구를 만들어내라고 지시했다고 공개했다.

류 부총리의 발언은 중국과학원 홈페이지에는 소개됐지만 주요 중국 관영 매체들에 보도되지는 않았다.

중국 안팎에서는 무역전쟁으로 시작된 미중 갈등이 기술 전쟁 양상으로 번져가는 가운데 이번 발언이 나온 점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은 미래 정보통신(IT) 산업의 핵심 인프라가 될 5세대(5G) 이동통신 분야를 선도하던 중국 화웨이(華爲)를 수출 제한 리스트에 올린 데 이어 최근에는 미국을 바짝 추격하고 있는 중국의 슈퍼컴퓨터 관련 기업들도 수출 제한 리스트에 올렸다.

중국에서는 그간 세계 수준으로 올라선 일부 분야의 성과를 대대적으로 과시해온 중국의 예전 태도가 미국의 경계심을 불러일으켜 전방위 대중 압박을 초래했다는 반성론이 고개를 들었다.

실제로 미국은 작년부터 이어진 무역협상 과정에서 중국의 차세대 산업 육성 정책인 '중국제조 2025'를 부당한 정책으로 지목하고 수정을 요구하는가 하면 중국의 지식재산권 절취, 이전 강요 등을 집요하게 문제 삼았다.

러우지웨이(樓繼偉) 전 재정부 부장(장관급)은 지난 3월 전국정치협상회의(정협) 연례회의 때 "중국제조 2025의 부정적인 측면은 납세자들의 돈을 낭비했다는 것"이라며 "중국제조 2025는 말만 요란했지, 실제로 이룬 것은 거의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도 올해부터는 미국에 공세 빌미를 제공할 것을 우려해 차세대 핵심 산업 육성 정책인 '중국제조 2025'라는 용어를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사실상 중단했다.

이처럼 표면적으로는 '중국제조 2025'라는 용어를 거둬들이는 등 자세를 낮추기는 했지만 중국은 여전히 차세대 산업 발전을 위해 국가 차원의 기술 개발에 전력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업무보고에서 과학기술 예산을 13%나 늘리며 첨단산업 육성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