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기
김용기
“글로벌 금리 인하로 유동성 랠리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지만, 외국인 투자금이 쉽사리 늘지는 않고 있습니다. 박스권 장세가 장기화될 수 있는 만큼 업종별로 저평가된 종목을 찾아 치고 빠지는 게 좋습니다.”

김용기 하나금융투자 압구정골드클럽 영업소장(38·사진)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주식시장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수익을 내기 어려워지고 있다”며 이 같은 전략을 제시했다. 김 영업소장은 금융자산 5억원 이상 예치 자산가를 상대하는 ‘골드클럽’ 내에서 손꼽히는 프라이빗 뱅커(PB)다. 현재 관리하는 고객 자산만 1200억원에 달한다. 2016년 처음 영업소장이 됐을 때 맡았던 자산 규모(300억원)에 비하면 3년 새 4배가량으로 커졌다.

ABS 투자 수요 늘어

작년 4분기부터 국내 증시의 부진한 흐름이 이어지자 김 소장은 고객들에게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낮으면서도 향후 5년 내 꾸준한 성장이 기대되는 기업 투자에 집중할 것을 권하고 있다. 화승인더스트리(화승인더) 등 수출 물량이 많은 소비주가 대표적이다.

김 소장은 신발을 제조업자개발생산(ODM) 방식으로 생산하는 화승인더의 아디다스 고가 운동화 수주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봤다. 올 들어 화승인더 주가 상승률은 37.7%(20일 기준)에 이른다. 그는 “매년 매출과 영업이익이 30% 이상 늘 것으로 예상되지만 여전히 저평가된 종목”이라고 평가했다.

“2차전지 관련 종목 중 올 3월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에코프로비엠도 투자자들에게 권하고 있는 중”이라고도 말했다. 2차전지 핵심 소재인 하이니켈계 양극재를 생산하는 에코프로비엠은 삼성SDI·SK이노베이션 등 배터리 제조사의 중요 공급업체로 떠올랐다는 분석이다. 시스템반도체 업체인 네패스 등도 국내 비메모리 반도체 산업 성장의 수혜주로 장기 투자해야 할 종목으로 꼽았다.

최근 자산가들은 주식 외에 회사채, 메자닌, 유동화증권(ABS) 등에 대한 투자도 늘리고 있다. ABS는 부동산, 매출채권 등의 유·무형 자산을 기초로 발행되는 파생상품이다. 하나금융투자 압구정 영업소에선 올 들어 채권 등 투자 비중을 전체 포트폴리오의 30%까지 끌어올렸다. 김 소장은 “우량 회사채는 금리가 너무 낮아져 최근 연 4~5%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ABS 수요가 늘고 있다”며 “전환사채(CB) 등 메자닌 투자도 유망 벤처기업이 발행하면 투자자들이 몰리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개인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바이오주 투자에 대해선 신중한 모습이다. 그는 “PB 고객들은 한 명당 수십억원의 자금이 투자되기 때문에 변동성이 크고 실적 기대치가 낮은 바이오주는 투자를 자제한다”고 설명했다.

“현금 비중은 50%까지”

김 소장은 개인 투자자에게 “어려운 장일수록 현금 비중을 충분히 가져갈 것”을 당부했다. 무리하게 투자에 나섰다 자칫 큰 손해를 보면 재기가 어려운 데다 시장이 반등할 때도 현금이 있어야 상승 흐름에 올라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워런 버핏도 ‘절대 돈을 잃지 말라’는 것을 제1의 투자원칙으로 꼽는다”며 “요즘 같은 장에선 현금 비중을 전체 투자금의 50%까지 늘려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정보통신학을 전공한 김 소장은 2007년 하나금융투자에 정보기술(IT) 직군 프로그래머로 입사했다. ‘증권시장의 핵심으로 크고 싶다’는 열망에 2008년부터 일선 영업지점에서 근무했다.

이후 영업실력을 인정받아 2016년 사내 최연소 영업소장에 임명됐다. 압구정골드클럽은 김 소장을 포함해 직원이 4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1인당 영업이익이 한 달 평균 6900만원에 달해 하나금융투자 WM본부 내에서 최고의 실적을 내는 영업소다. 김 소장은 “글로벌 경제 분석, 해외 선물 투자 등에 경험이 풍부한 직원과 팀을 이뤄 신중하게 투자하는 점이 고객의 신뢰를 얻게 했다”고 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