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강의 기적'을 부활시키기 위한 제조업 르네상스 전략을 19일 발표했다.

2030년까지 산업구조를 혁신적으로 바꾸고 새로운 미래산업을 키워 세계 4대 제조업 강국으로 도약한다는 것이 골자다.

4차 산업혁명과 환경규제 강화, 무역질서 재편 등 거대한 변화에 맞서 산업구조를 지금까지의 선진국 추격형에서 벗어나 혁신 선도형으로 탈바꿈하려는 것이다.

시스템반도체와 미래 차, 바이오산업 등 신산업은 주력으로 육성하고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등 지금의 주력산업은 혁신을 통해 부가가치를 높이기로 했다.

제조업 르네상스가 제대로 시행되면 제조업 부가가치가 지난해의 511조원(2010년 불변가격 기준)에서 2030년에는 789조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제조업 르네상스 전략 추진은 지금까지 한국 경제성장을 이끌었던 제조업이 정체기에 빠졌다는 위기의식에서 출발한 것 같다.

중국이 급부상하고 글로벌 경쟁환경이 바뀌면서 가격과 상대적 기술우위를 바탕으로 세계시장을 주름잡던 우리 제조업이 위기에 빠진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최근 10년을 돌아볼 때 새롭게 성장한 신산업은 거의 찾아볼 수 없고, 자동차 등 주요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도 전반적으로 크게 위축됐다.

주력산업의 수출도 지난해 정점을 찍고 올해는 계속 내리막이다.

제조업은 2017년 기준 국내총생산의 30%, 수출의 90%, 설비투자의 56%를 차지하며 양질의 일자리도 만들고 성장을 견인해왔다.

부존자원이 부족한 나라에서 제조업 경쟁력을 되살리지 않으면 한국경제의 미래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위기에 빠진 제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부가 긴 안목으로 청사진을 제시한 것은 시의적절했다.

다만, 이번 제조업 르네상스 전략에는 2030년 한국의 산업구조를 어떻게 변화시켜야 할지에 대한 기본적인 전략과 비전만 담겼을 뿐이다.

큰 구도를 잡고 밑그림을 그렸지만, 완성도를 높이려면 그 안에 실효성 있는 치밀한 세부 대책을 채워 넣어야 한다.

정부는 범부처와 경제단체, 주요 기업이 참여하는 '제조업 르네상스 전략회의'를 통해 주요 업종별 전략과 기업 환경 개선, 인력 양성 문제 등을 다뤄나가기로 했다.

업종별 세부 대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세계시장의 흐름을 잘 알고 있는 민간기업이 주도적 역할을 하고 정부는 신산업 인프라 구축과 제도 지원에 초점을 맞추길 바란다.

우리가 세계 최빈국에서 수출 규모를 기준으로 세계 6위로 올라설 만큼 풍부한 잠재력을 지녔지만 4위까지 높이기로 한 것은 쉽지 않은 목표다.

핵심 소재ㆍ부품ㆍ기술개발 집중지원, 중소ㆍ중견 및 스타트업 수출기업 특별보증 확대, 기업구조혁신펀드 확대, 산업단지 대개조 등을 내놨지만 그런 것만으로 제조업 4대 강국으로 올라서기는 어렵다.

규제혁신과 글로벌 기준에 맞는 노동시장의 유연 안정성 확보, 고비용 저효율 구조 개선 등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 강화의 발목을 잡아 왔던 구조적 문제를 제대로 개혁하지 않고서는 진정한 제조업 강국으로 부활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