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발 고분양가 논란에…공공택지 아파트 "분양일정 못잡아"
서울 강남 재건축 등 민영아파트에 이어 수도권 공공택지내 아파트도 분양이 줄줄이 밀리고 있다.

분양가와 관련한 논란이 커지면서 사업 주체들이 좀처럼 분양일정을 잡지 못하는 형국이다.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는 후분양 검토 단지가 늘어나는 가운데 인기지역 새 아파트 분양을 기다려온 청약 대기자들의 청약계획도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과천지식정보타운에서 지난달 말 첫 분양에 들어갈 예정이었던 S9블록 과천 제이드 자이와 S6블록 푸르지오 벨라르테는 이달 분양도 사실상 물 건너갔다.

최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을 중심으로 제기된 공공택지내 고분양가 논란과 관련해 지난달 23일 김현미 장관이 적정 분양가 검토에 나서겠다고 발언한 것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이다.

과천 제이드 자이는 LH가 토지를 제공하고, 민간 건설사인 GS건설과 금호산업 컨소시엄이 투자 및 시공과 분양을 맞는 민간참여형 공공분양 주택이다.

시공 주관사인 GS건설은 당초 LH와 협의해 지난달 말 분양하기로 하고 모델하우스까지 건립했으나 김 장관의 발언에 놀란 LH가 잠정 분양연기를 선언하면서 일정을 못잡고 있다.

토지비 등을 고려한 이 아파트의 예상 분양가는 3.3㎡당 2천300만∼2천400만원대다.

지난달 인근에서 분양한 과천 주공6단지 재건축 사업인 과천자이가 3.3㎡당 3천253만원에 분양된 것에 비하면 훨씬 낮은 금액이지만, 서민들이 청약해야 하는 공공택지 아파트치고는 분양가가 높다.

`정부발` 분양가 논란으로 인해 뒤이어 분양 예정이던 푸르지오 벨라르테도 덩달아 일정이 지연되고 있다.

이 단지는 대우건설 컨소시엄이 LH로부터 공동주택용지를 사들여 진행하는 민간분양 아파트로 예상 분양가가 3.3㎡당 2천500만원 대다. 공공택지내 민영아파트중 최고가 수준이다.

건설업계는 제이드 자이의 향배에 따라 푸르지오 벨라르테의 분양시기도 윤곽이 잡힐 것으로 보고 있다.

두 단지 모두 공공택지내 아파트로 분양가 상한제 대상인데 고분양가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은 정부가 앞서 공공택지 공급방식을 바꿔 땅값이 오른 영향이 크다.

정부는 과거 전용면적 60㎡ 이하는 조성원가의 90%, 60~85㎡는 조성원가의 110%, 85㎡ 초과는 감정가격으로 분양했다.

그러나 아파트의 `원재료`인 공공택지가 싸게 공급될 경우 `로또아파트`를 만들어 과도한 청약과열을 낳고, 특정 계약자와 이를 분양한 건설사에게 막대한 이윤이 돌아갈 수 있다는 이유로 2015년 전용 60∼85㎡는 물론 전용 60㎡ 소형까지 택지 공급 가격을 감정가로 전환했다.

땅값이 오르면 LH의 개발이윤이 커지는데 공공기관인 LH는 택지 분양 수익을 서민 임대주택 건설 등 공익 목적으로 활용한다는 논리에서다.

그러나 그사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택지 감정가격도 오르자 고분양가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가장 곤혹스러운 곳은 LH다. 최근 공공택지 아파트의 고분양가 원인으로 땅값이 지목되고 있어서다.

LH 관계자는 "과천 제이드 자이를 비롯해 공공택지내 공공분양 아파트 분양가와 분양일정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구체적인 일정은 가늠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최근 경실련으로부터 고분양가 논란이 제기된 위례신도시 북위례 지역의 민영아파트도 일정이 늦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북위례 분양 아파트에 대해 분양가 상한제 규정 준수와 절차적 위법성 등을 점검하겠다고 밝힌 뒤 지자체도 분양가 승인에 신중한 자세로 돌아선 때문이다.

호반건설이 이달 분양 예정이던 `위례 호반써밋 송파`는 지자체가 분양가심의위원회 개최 등 일정을 2주 정도 순연할 것을 요청하면서 분양 일정도 다음달로 연기됐다.

역시 위례신도시에 분양을 앞둔 우미건설과 중흥건설도 최근 분위기상 심의일정이 늦어질 것을 보고 분양을 서두르지 않는다는 분위기다.

올해 하반기 이주가 시작될 서초구 반포 주공1·2·4주구(주택지구)나 서울 서초구 방배13구역,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4주구 등도 후분양 여부를 검토중이다.

지난달 분양 예정이었던 서울 강남구 삼성동 상아2차 재건축 단지 `래미안 라클래시`는 분양일정이 한달가량 지연된 가운데 금주 조합 대의원회의 등을 거쳐 후분양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분양가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면서 분양가 책정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사업주체이 분양 일정을 맞추기도 점점 더 어려워질 것 같다"며 "예비 청약자들도 이런 점을 고려해 내 집 마련 스케줄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전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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